잘 구운 큼직한 소갈빗살을 젓가락으로 집다 그만 바닥에 떨어뜨렸다. 금세 먹으면 괜찮다는 일명 '3초 룰'이 떠올라 그대로 입에 넣었다. 근데 아무래도 찝찝하다. 슬슬 기온이 오르는 6월, 식중독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지구촌 어디서나 통한다는 '3초 룰'은 과연 과학적으로 얼마나 근거가 있을까.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에 세균이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큼 들러붙는지 알아보는 실험은 여러 나라에서 적잖게 진행됐다. 한여름 기온이 높고 습해 식중독 환자가 많은 일본이 이 분야에서 유명하다. 회 등 조리하지 않은 수산물을 연중 즐겨먹는 일본인들은 여름이면 '3초 룰'에 민감해진다.

일본 호흡기내과 전문의 유 쿠라하라는 최근 SNS를 통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3초 안에 집어먹으면 탈이 나지는 않지만 권하지도 않는다고 조언했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에서 진행된 다양한 유형의 '3초 룰' 검증 실험을 소개했다.

먹음직한 아이스크림이 바닥에 떨어졌을 때 갈등하지 않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진=pixabay>

우선 떨어진 음식이 안전한지는 바닥의 미생물이 얼마나 들러붙었는지에 따라 판가름 난다. 일본 연구팀은 중독 원인균으로 유명한 살모넬라균이 존재하는 나무 바닥, 타일, 카펫에 소시지 빵을 떨어뜨리고 각각 5초, 30초, 60초를 기다린 뒤 세균이 이동한 양을 측정했다.

그 결과 소시지 빵이 바닥에 닿은 시간과 무관하게 거의 같은 수의 살모넬라균이 이동했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몇 초 안에 집어먹든 입안에 들어오는 살모넬라균의 수는 거의 일정하다는 걸 알려주는 실험이다.

쿠라하라 전문의는 패혈증을 일으키는 엔테로박터균을 이용한 연구도 소개했다. 학자들은 스테인리스, 타일, 목재, 카펫 바닥에 수박, 빵, 버터가 들어간 빵, 젤리를 떨어뜨린 뒤 얼마나 많은 엔테로박터균이 이동하는지 살폈다.

다양한 높이에서 음식물을 약 2600회 떨어뜨린 이 실험에서는 바닥과 접촉이 길수록 더 많은 엔테로박터균이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세균들은 3초는커녕 1초도 안 돼 음식물에 들러붙었다. 이런 현상은 수분이 많은 수박에서 두드러졌다. 바닥이 카펫이거나 음식물이 젤리인 경우 세균 이동은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다.

바닥에 존재하는 각종 세균이 음식물에 들러붙는 시간과 확률을 들여다본 실험은 많다. <사진=pixabay>

이 두 연구 결과만 봐도 '3초 룰'은 간단히 깨진다. 음식물이나 바닥이 어떤 종류인지 관계없이 일단 떨어뜨린 것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미다.

만약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입에 넣었다면 어떻게 할까. 쿠라하라 전문의는 "인체는 다양한 환경오염균에 대한 면역체계를 유지한다"며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주워 먹었다고 해서 식중독이나 감염병에 100% 걸린다고는 보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오히려 손을 씻지 않고 요리하거나 한여름에 조리된 식품을 2시간 이상 상온에 방치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며 "무더위를 날린다며 소나 닭 등 가축이나 생선의 고기를 날로 먹는 것이 식중독에 걸릴 확률은 더 높다"고 지적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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