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개발에 있어 큰 걸림돌인 우주 쓰레기를 해결하기 위해 레이저가 주목받고 있다. 우주로 날아간 인공위성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 등에서 떨어져 나온 우주 쓰레기는 총알보다 빠른 속도로 우주 공간을 날아다녀 상당히 위험하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UCB) 항공우주공학자 카일리 챔피언은 현재 레이저로 우주 쓰레기를 끌어당기는 트랙터 빔(tractor beam) 기술을 개발 중이다. 정식 명칭은 글라이더(GLiDeR)로, Geosynchronous Large Debris Reorbiter, 즉 지구동기궤도 대형 쓰레기 재배치 궤도선이다.
트랙터 빔은 미국 SF 소설가이자 스페이스 오페라의 아버지 에드워드 엘머 스미스의 1930년대 작품에 등장한 개념으로 멀리 떨어진 물체를 자유롭게 끌어당긴다.
레이저로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글라이더는 폐기된 인공위성을 인류나 지구에 무해한 무덤 궤도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우주 쓰레기가 지구에 낙하하거나 지구 궤도상에서 탐사 장비와 충돌하는 상황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카일리 챔피언은 "로켓이나 인공위성의 파편 같은 우주 쓰레기가 고속으로 날아와 ISS에 충돌, 로봇 팔이 손상된 사고는 이미 유명하다"며 "ISS에서 잘못 폐기된 배터리 부품이 미국 민가를 덮치는 등 우주 쓰레기는 모든 사람들이 마주한 현실"이라고 전제했다.
글라이더의 작동 원리는 대충 이렇다. 발사된 레이저는 지구의 정지 궤도를 떠도는 우주 쓰레기에 음의 전하를 대전한다. 음으로 대전된 우주 쓰레기는 우주선의 정전기력에 당겨지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자석처럼 붙은 상태가 된다. 이후 우주선은 무덤 궤도로 이동하고 쓰레기를 떼어낸다.
카일리 챔피언은 "무수히 떠다니는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으로 작살을 쏘거나 커다란 막을 둘러싸 회수하는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됐지만 모두 현실적이지 않았다"며 "글라이더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과학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가장 큰 우주 쓰레기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학자들은 글라이더가 작살이나 로봇 팔로 쓰레기를 집어 옮기는 방식과 달리 비접촉이라는 점을 높이 산다. 위성이나 우주선이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다 손상을 입으면 새로운 쓰레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글라이더와 같이 쓰레기와 접촉하지 않는 방법은 학자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과학적 측면에서 글라이더의 개발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문제는 있다. 일단 자금이 어마어마하게 필요하다. 카일리 챔피언은 "시제품 제작에만 최소 몇백만 달러가 소요될 수 있고 실제 운용할 장비는 몇 배 더 비쌀 것"이라며 "장비를 탑재한 우주선이 천천히 이동해 우주 쓰레기에 빔을 쏴 끌어 움직이는 작업이 상당히 느린 것도 단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돌을 막기 위해서는 견인하는 우주선과 쓰레기를 어느 정도 떼어낼 필요가 있는데, 현재 전자 빔 기술의 한계를 감안하면 양자 간의 인력은 지극히 약할 것"이라며 "따라서 우주선은 상당히 천천히 움직여야 하기에 SF 소설에서 물자를 단숨에 끌어당기던 트랙터 빔 기술과는 차이가 크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글라이더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는 안전성이다. 소규모 시뮬레이션 결과 글라이더는 직접 우주 쓰레기와 접촉하는 다른 어떤 방법보다 안전했다. 연구팀은 글라이더를 앞으로 개발될 다른 처리 기술들과 병용하면 상당량의 우주 쓰레기를 제거할 것으로 기대했다.
레이저로 우주 쓰레기를 처리하는 구상은 러시아도 갖고 있다. 러시아우주국(ROSCOSMOS)은 직경 3m에 달하는 거대한 레이저 캐논을 만들어 우주 쓰레기를 조각낼 계획을 2018년 발표했다. 레이저를 맞은 우주 쓰레기는 뿔뿔이 흩어지고, 미세한 파편이 돼 지구 대기권에 돌입, 타버리는 구조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