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린 빵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최근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과학적 근거에 관심이 쏠렸다. 영국 애스턴의과대학교 영양학 전문가 듀안 멜러 연구원은 이 주장이 근거가 없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듀안 멜러 연구원은 26일 과학 전문지 더 컨버세이션에 낸 기고에서 빵을 냉동했다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전했다.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극적으로 크지는 않지만 혈당 상승이 우려되는 빵 마니아들에게 일정 수준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빵을 구우면 열에 의해 반죽에 포함된 수분과 밀가루 전분이 부풀어 오른다"며 "풀로 만든 전분은 소화가 쉽고 여기 포함된 포도당은 세포에 잘 흡수되기 때문에 갓 만든 전분질 식품, 특히 흰 빵이나 감자 요리 등 섬유질이 적은 것을 먹으면 식후 혈당치가 올라간다"고 말했다.

빵을 얼리면 저항전분이 더 많이 형성돼 같은 양을 먹더라도 혈당치가 덜 상승한다. <사진=pixabay>

포도당이 빠르게 흡수되면 식사 직후 혈중 인슐린 농도가 상승한다. 원래 인슐린은 세포가 포도당을 섭취하고 에너지로 이용하거나 저장하는 데 중요하지만 너무 많이 분비되면 공복감으로 이어져 결과적으로 살이 찌게 될 가능성이 있다.

구운 빵이 식으면 전분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소화하기 어려운 레지스턴트 스타치(resistant starch, 저항전분)가 형성된다. 다이어터들에 잘 알려진 저항전분은 분해까지 꽤 시간이 걸리므로 혈당을 천천히 올린다. 인슐린 감수성이 높아지면 혈액 속의 당분이 근육에서 에너지로 연소되기 쉬워지는 건강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듀안 멜러 연구원은 "냉동고에 빵을 얼려 부피를 측정한 결과, 일반 냉장고 대비 수축률이 2배였다"며 "빵을 얼리면 저항전분도 많이 형성되며, 이를 섭취하면 아무래도 일반 빵에 비해 혈당치가 덜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식빵은 그대로 먹는 것보다 구우면 혈당치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 <사진=pixabay>

그는 "건강한 성인 10명을 동원해 빵과 혈당의 관계를 들여다봤더니 흰 빵을 그대로 먹은 경우에 비해 토스트를 하거나 냉동한 후 해동하는 것이 혈당이 잘 올라가지 않았다"며 "수제 빵을 냉동했다 해동하면 2시간 후 혈당치 상승을 31%, 토스트를 하면 25% 떨어뜨릴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저항전분은 장내 세균의 영양분이 되기 때문에 장내 세균총의 균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장내 세균들이 저항전분을 대사할 때 생성되는 단쇄지방산은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춰준다.

연구원은 빵과 혈당 관련 실험이 식후 몇 시간의 영향 밖에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체중 증가 억제나 2형 당뇨병 예방 같은 장기적 효과는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다만 빵을 냉동 보관하면 건강상 이점은 물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데도 좋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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