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5억년 전 지구에 살았던 고대 생물 스탠리카리스(Stanleycaris)에게 거대한 제3의 눈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캐나다 토론토대학교 연구팀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버제스 혈암(Burgess Shale)에서 발견된 대량의 스탠리카리스 화석 분석 결과를 담은 논문을 10일 발표했다. 

버제스 혈암에서 발굴한 스탠리카리스 화석 중에는 보존 상태가 완벽에 가까운 것도 포함됐다. 덕분에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세 번째 눈을 스탠리카리스가 숨기고 있었음을 밝혀냈다.

조사 관계자는 “일부 화석은 스탠리카리스의 뇌까지 남아있었다”며 “버제스 혈암이 워낙 생물들의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곳이지만 268점이나 되는 스탠리카리스 화석은 대체로 상태가 좋아 의미 있는 발견이 가능했다”고 전했다.

머리 가운데의 중앙안이 확실히 보이는 스탠리카리스의 일러스트 <사진=SciTech Daily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Animation of Stanleycaris hirpex' 캡처>

연구팀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견된 캄브리아기 생물 화석 중 뇌까지 온전하게 보존된 경우는 거의 없다. 이번에 발굴된 스탠리카리스 화석들은 뇌와 신경계 흔적이 남은 표본이 수십 개나 됐다. 연구팀은 10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귀중한 표본들이 무더기로 발견된 건 행운이라고 놀라워했다.

몸길이 약 20㎝의 스탠리카리스는 고대 바다의 작은 사냥꾼으로 유명하다. 가시가 박힌 길쭉한 부속지(동물의 몸통에 가지처럼 붙어 있는 기관이나 부분)가 입 부근에 두 개 튀어나왔고 해저 사냥감을 찾기 위한 갈퀴도 발달했다. 튼튼한 부속지는 턱처럼 먹이를 부수거나 으깰 수 있었다. 몸통 옆으로 뻗은 날개 같은 지느러미를 이용해 활공하듯 물속을 헤엄쳤다.

조사 관계자는 “화석 관찰에서 스탠리카리스의 뇌가 눈이 연결되는 전대뇌와 부속지로 연결되는 중대뇌로 나뉜 사실을 알아냈다”며 “스탠리카리스는 곤충을 비롯한 절지동물에 가깝지만 전대뇌, 중대뇌, 후대뇌로 구성되는 현대 절지동물과는 또 다른 구조”라고 설명했다.

보존 상태가 극히 우수한 스탠리카리스 화석들 <사진=로열온타리오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이어 “뇌가 잘 보존돼 있기 때문에 화석 기록의 관점에서 신경계 진화에 대해 직접적 통찰이 가능한 표본”이라며 “스탠리카리스는 멸종된 원시 절지동물 라디오돈타류에 속하므로, 현대 절지동물의 진화를 들여다볼 중요한 단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라디오돈타류에서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제3의 눈 중앙안을 스탠리카리스에게서 특정한 점은 이번 조사의 가장 큰 성과다. 중앙안이란 생물의 머리 정중선 위에 자리하는 눈으로 갑각류 유생이나 원시 파충류 등에서 발견된다.

조사 관계자는 “잠자리와 벌 등 현대 절지동물 중에 중앙안을 가진 것들이 있다”면서도 “고대 생물 스탠리카리스가 중앙안을 가졌다는 사실은 정말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앙안은 일반적인 한 쌍의 눈보다 민감하지만 초점을 맞추는 데는 쓰기 어렵다”며 “어디까지나 추측이지만 사냥을 위해 빠르게 이동할 때 스탠리카리스가 제3의 눈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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