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에서 일본주(사케)를 빚는 주류업체의 기상천외한 도전에 학계는 물론 애주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생산되는 술은 초고가에 판매하고 수익금은 우주개발을 위해 기부할 계획이다.  

화제의 업체는 한국에도 술을 수출하는 일본 아사히주조다. 인류 최초로 우주 공간에서 사케 만들기를 선언한 이들은 20일 구체적인 프로젝트 내용을 발표했다.

아사히주조는 내년 후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사케 재료를 반입한다. 이후 ISS의 일본 실험동 키보우(희망)에서 사케 재료를 발효해 우주에서 주조한 최초의 사케를 판매할 예정이다.

아사히주조는 달의 물로 사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우선은 지구 재료를 ISS로 옮겨 가능성을 알아볼 계획이다. <사진=아사히주조 공식 인스타그램>

회사 관계자는 "우리의 최종 목표는 달의 물을 이용해 대표 브랜드 닷사이(獺祭)를 만들고 이를 사람들이 달 표면에서 즐기게 하는 것"이라며 "사케는 지구에서도 만들기 까다로운 술이지만 우주에서는 더 많은 과학 지식을 동원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말했다.

아사히주조는 1차 프로젝트를 통해 질좋은 사케 재료로 유명한 쌀 야마다니시키와 누룩, 효모, 물을 ISS로 옮기고 키보우 실험동에서 발효한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술덧을 냉동해 지구로 가져와 청주를 만든다.

회사 관계자는 "우선은 지구의 원료들을 우주로 가져가 사케를 만들면서 좋은 술 만드는 노하우를 쌓을 것"이라며 "유인 달 탐사를 통해 달에 물이 있다는 사실이 최종 확인되고 이를 채취하는 날이 오면 달에서 직접 사케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주의 원료인 쌀과 누룩, 효모, 물을 ISS로 옮겨 사케를 발효하는 실험이 내년 실시된다.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기본적으로 ISS 내에서는 음주가 금지돼 있다"며 "달은 언젠가 인류가 이주할 유력한 천체 중 하나인데, 술은 인간과 뗄 수 없는 존재인 만큼 현지에서 술을 생산하려면 지금부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주에서 와인이 아닌 사케를 주조하는 이유는 비용이다. 수분을 많이 포함한 포도에 비해 쌀은 훨씬 가볍기 때문에 달에 수송할 때 유리하다. 우주 공간에 옮길 물자는 부피가 크거나 무거울수록 수송비가 치솟는다.

아사히주조는 1차 프로젝트를 통해 약 520g의 술덧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이용해 사케를 만든 뒤에는 분석에 필요한 분량을 제외하고 100㎖ 용기에 담아 판매한다. 한 병 가격은 1억엔(약 9억3000만원)으로 초고가인데, 수익금은 모두 일본 우주개발 사업에 전달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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