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볼'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일본 만화가 토리야마 아키라의 1주기가 이달 초였다. 일본 만화의 황금기를 이끈 토리야마 아키라의 죽음은 전 세계 '드래곤볼' 팬들을 울렸다. 사실 2020년대 들면서 시대를 풍미한 대형 일본 작가들이 한 명씩 유명을 달리하면서 많은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1980년대 주간 소년점프에서 '변덕쟁이 오렌지로드'를 연재한 만화가 마츠모토 이즈미는 2020년 10월 6일 61세로 세상을 떠났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기에 마츠모토 이즈미의 죽음은 만화 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고인은 배우 요네쿠라 료코(49)도 앓았던 뇌척수액감소증에 걸려 말년을 투병생활로 보냈다. 저수액압증후군으로도 부르는 뇌척수액감소증은 극도의 무기력증과 두통, 이명이 특징이다. 일본 의학계가 2020년에야 치료지침을 갖출 정도로 희귀한 병이다. 

'변덕쟁이 오렌지로드'로 인기를 끈 작가 마츠모토 이즈미와 대표 캐릭터 마도카 <사진=유튜브 Sola Maye 채널 영상 'Kimagure Orange Road - Message from Izumi Matsumoto' 캡처>

'변덕쟁이 오렌지로드'는 쇼와 시대를 풍미한 일본 최고의 가수 나카모리 아키나(59)를 모델로 한 마도카 캐릭터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만화책 발행부수는 2000만부 이상이며, TV시리즈와 극장판도 제작돼 사랑 받았다.

그로테스크한 분위기가 압권인 만화 '베르세르크'의 작가 미우라 켄타로는 불과 54세로 2021년 5월 6일 사망했다. 사인은 급성대동맥박리였다. 팬들은 생전에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과로를 원인으로 추측했다.

스토리와 작화에 있어 완벽주의를 지향한 미우라 켄타로의 죽음으로 초대형 작품 '베르세르크'는 미완으로 남았다. 세기말적 분위기와 호쾌한 액션, 드라마틱한 전개로 만화팬을 사로잡은 '베르세르크'는 2010년경 작가의 건강 문제로 연재가 불규칙해졌다. 2013년부터는 작품이 아예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팬들은 작가가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기다렸다. 

'베르세르크'를 완성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미우라 켄타로 <사진=하쿠센샤(白泉社) 공식 홈페이지>

액션 만화 '고르고 13'의 사이토 타카오는 2021년 9월 24일 향년 84세로 눈을 감았다. '고르고 13'을 무려 54년째 연재하던 고인의 죽음에 세계 각지의 팬들이 일제히 탄식했다.

'고르고13'은 빅코믹을 통해 연재를 시작했다. 19금 작품답게 사실적인 극화와 시원시원한 전개, 정교한 액션이 어우러져 인기를 모았다. 2016년 기준 누적 발행 1억 부를 넘어섰다.

사이토 타카오의 동료와 문하생, 지인들은 고인의 유지에 따라 '고르고 13'을 계속 연재하고 있다. 작가가 생전 설립한 사이토 프로덕션 소속 작가와 빅코믹 스태프들이 적극 협력한 결과다.

작가 사이토 타카오와 유작 '고르고 13' <사진=빅코믹 공식 홈페이지>

'도라에몽' 작가 후지모토 히로시(후지코 F. 후지오)의 단짝으로 유명한 만화가 아비코 모토오는 2022년 4월 7일 작고했다. 향년 88세였다. 역작 '닌자 핫토리군'을 남긴 아비코 모토오는 후지모토 히로시와 콤비 후지코 후지오를 결성, 마이니치신문에 '천사의 타마짱'을 투고하면서 국민적 인기를 얻었다. 

아비코 모토오의 부고가 신문에 실리자 많은 올드팬들은 물론 연예인, 정치가, 사업가 등 유명 인사들이 애도의 글을 SNS에 올렸다. 팬들은 그가 파트너 후지모토 히로시의 곁으로 떠났다고 추모했다. 

'은하철도 999'라는 역작을 만들어낸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는 2023년 2월 13일 일본 도쿄도 내 모 병원에서 급성심부전으로 눈을 감았다. 당시 나이 85세였다.

'은하철도 999'로 국내에도 익숙한 일본 만화가 마츠모토 레이지 <사진=마츠모토 레이지 공식 X·레이지샤 공식 X>

사이토 타카오와 아비코 모토오에 이은 원로 작가의 죽음은 수많은 팬들을 울렸다. 마츠모토 레이지는 '은하철도 999'를 비롯해 '우주전함 야마토'와 '캡틴 하록' '천년여왕' 등 숱한 걸작을 내놓으며 천재 중의 천재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1980년대 한국에서도 번안돼 방송한 '은하철도 999'는 한 소년의 우주여행을 그리면서 사람과 가족, 사랑, 인류와 우주, 환경, 미래 등 다방면의 철학적 메시지를 전했다. 고인은 자신의 주요 작품 속 캐릭터와 스토리를 연결한 레이지버스 세계관을 완성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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