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는 걸을 때 주위 소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그 결과 청각이 일시적으로 날카로워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와 중국 저장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신경과학회가 발행하는 주간 학술지 Journal of Neuroscience에도 조만간 소개된다.
사람에게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습성이 숨어있다. 오감도 마찬가지다. 특히 청각의 변화에 주목한 연구팀은 사람의 동작이나 상황에 따라 소리에 대한 뇌 반응이 어떻게 바뀌는지 알아봤다.
남녀 피실험자 30명을 모은 연구팀은 강도가 변화하는 연속음을 들려주면서 일정 경로를 걷게 했다. 그동안 뇌파를 측정해 소리에 대한 신경적인 반응을 기록했다.
그 결과 이동을 동반한 보행 중에는 소리에 대한 신경 반응이 더 강하고 활발해졌다. 뇌는 상황이나 몸상태에 맞게 청각을 유연하게 조정할 가능성을 연구팀은 떠올렸다.
실험 관계자는 "피실험자가 멈춰 서있는 경우나, 제자리걸음만 하는 경우에도 같은 소리를 들려주며 조건별 차이를 측정했다"며 "놀랍게도 실제로 이동을 동반한 보행 중에 한해 뇌가 소리에 더 강하게 반응하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걷는 동작이 뇌의 청각 처리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진행 방향에 따라 좌우 귀의 반응도 변화했다"며 "피실험자가 걸으면서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자 뇌의 반응도 달라지는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됐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피실험자가 오른쪽으로 돌 때, 오른쪽 귀에서 소리에 대한 반응이 일시적으로 강해지고, 그 후에는 약해지는 패턴이 보였다. 왼쪽으로 도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현상은 뇌가 진행 방향에 따라 주의력을 조정해 좌우 소리에 대한 감도를 구분하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연속음 안에 돌발적인 소리를 더한 실험에서는 뇌가 지금까지 소리에 대한 반응과 다른 신경 반응을 일으켰다. 한쪽 귀에서만 들렸을 때 이런 반응이 더 강했고 보행 중에 가장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뇌가 보행 중에 예측할 수 있는 소리를 즉시 무시하고, 돌발음에 의식을 집중하는 것은 생존을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봤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