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코앞에 둔 학생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고민한다. 지금이라도 몰아서 외우는 벼락치기가 의미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벼락치기는 단기적으로 정보를 저장하기는 유리하지만 단점도 분명하다. 특히 수면의 유무가 그 효과를 극명하게 나눌 수 있음이 여러 실험에서 입증됐다. 

기억의 잠재력에 주목한 미국 심리학자 해리 바릭은 1979년 지식 유지: 우리가 잊은 기억에 관한 질문들(Maintenance of knowledge: Questions about memory we forgot to ask)에서 기억이 유지되는 시간에 관한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바릭은 집중학습과 분산학습으로 얻은 정보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주목했다.

학생들을 모은 해리 바릭은 주어진 단어를 외우게 하고 시험을 쳤다. 짧은 시간에 이뤄진 집중학습, 즉 벼락치기를 한 경우 즉각적인 성적은 더 좋았다. 다만 이렇게 모은 정보는 기억 유지율이 급격히 떨어져 며칠 만에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해리 바릭은 벼락치기는 내일 시험이라면 권장하지만, 일주일 뒤 시험이라면 분산학습이 좋다고 결론을 내렸다.

벼락치기가 정말 효과가 있는지 과학자들은 다양한 유형의 실험을 실시했다. <사진=pixabay>

뇌가 마지막 정보를 더 강하게 기억하므로 벼락치기가 효과는 있다고 본 연구도 있다. 미국 심리학자 베넷 머독은 1962년 발표한 실험 보고서 자유회상의 서열위치효과(The serial position effect of free recall)에서 피실험자들이 뭔가 외울 때 처음 정보와 마지막 정보를 보다 선명하게 기억하는 점에 주목했다.

여기서 도출된 이론이 기억의 초두효과와 최신효과다. 초두효과는 심리학의 서열위치효과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현상으로, 목록이나 정보가 순서대로 제시될 때 처음 항목이 기억에 잘 남는 경향이다. 최신효과는 말 그대로 최근 접한 정보나 인상을 뇌가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베넷 머독은 시험 직전에 본 내용이 머리에 잘 남는 것은 초두효과와 최신효과가 모두 발휘된 결과라고 봤다. 이렇게 얻은 기억은 습관적으로 정보를 머리에 넣는 분산학습보다 빨리 머리에서 사라진다고 베넷 머독은 판단했다.

벼락치기의 성패는 수면의 유무가 크게 좌우한다. <사진=pixabay>

벼락치기의 효과는 수면이 아주 중요한 변수다. 독일 신경학자 얀 본 박사는 2012년 낸 실험 보고서 수면 중 기억의 시스템 통합(System consolidation of memory during sleep)에서 집중학습을 통해 정보를 얻은 뒤 수면의 유무가 기억의 유지에 커다란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을 모아 어떤 정보를 집중학습으로 외우게 한 얀 본 박사는 한 그룹은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하고, 다른 그룹은 깨어있게 했다. 이후 외운 내용을 검사한 결과 수면을 취한 그룹의 기억이 훨씬 선명했다. 즉, 시험날 직전 벼락치기는 효과적이지만, 밤을 새울 경우 기억을 정리할 시간이 없어 머리도 비고 몸도 나른한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핀란드 심리학자 패이비 폴로 칸톨라 박사도 2007년 실험 보고서 수면부족이 인지력에 주는 영향(Sleep deprivation: Impact on cognitive performance)을 내고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작업기억이 떨어져 벼락치기를 하려면 꼭 잠을 자라고 조언했다.

인생에서 어떤 정보를 오래 유지하고 꺼내 쓰려면 벼락치기는 분명 좋은 방법이 아니다. <사진=pixabay>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신경생물학 연구팀은 2021년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낸 쥐 실험 보고서에서 성적이나 일의 능률을 높이려면 적당한 휴식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벼락치기를 하더라도 중간에 휴식을 취하면 간격효과(공간효과, spacing effect) 덕에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다. 적당히 휴식하며 학습하면 보다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간격효과는 독일 실험심리학 선구자 헤르만 에빙하우스가 19세기 처음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과학자들은 벼락치기가 효과적인 조건은 제한적이고 봤다. 효과적인 경우는 시험이 임박했을 때, 단어나 공식 등 단순 암기 위주일 때로 한정했다. 결국은 분산학습의 효과가 압도적으로 좋아 수개월~수년까지 기억이 유지된다는 게 학자들 중론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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