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제트의 강도는 무려 태양 1만 개 분량과 맞먹는다는 물리학자들의 관측 보고에 비상한 관심이 모였다. 블랙홀은 우주 공간으로 강력한 제트를 뿜는데, 그 위력을 물리적으로 측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호주 커틴대학교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16일 공식 채널을 통해 블랙홀이 우주 공간으로 뿜어내는 고속 가스 기둥 제트의 힘을 물리적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지구 규모로 확장된 전파 망원경을 활용해, 별의 바람에 밀려 춤추듯 휘어지는 제트의 움직임을 관측했다.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으로 주변 물질을 끌어당기지만, 빨려 들어간 물질이 그대로 일직선으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물질은 블랙홀 주변에서 소용돌이치며 강착원반을 만들고, 여기서 압축·가열돼 강력한 자기장이 생성된다. 이 자기장과 회전 에너지가 결합하면 물질의 일부가 원반의 상하 방향으로 빛의 속도와 가깝게 분출되는 것이 제트다.

초거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한 항성풍이 블랙홀이 방출하는 강한 제트에 주는 영향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사진=커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 대상은 지구에서 약 7200광년 떨어진 X선 쌍성계 백조자리 X-1(X-1 시그너스)이다. 사상 처음으로 블랙홀의 존재를 확인해 준 이 천체는 태양 질량의 약 21배에 달하는 블랙홀과 태양 질량의 약 40배에 이르는 초거성이 서로의 중력에 끌리며 궤도를 돌고 있다.

조사를 주도한 스티브 프라부 박사는 "블랙홀 제트의 힘을 측정하기 위해 우리가 주목한 것은 반성인 초거성이 내뿜는 항성풍"이라며 "항성풍은 별 표면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고속 입자의 흐름으로, 태양계에도 태양풍이라는 현상이 동일하게 나타나지만, 초거성의 경우 그 차원이 달라 매우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홀은 궤도를 돌면서 초거성에 가까워졌다 멀어질 때마다, 항성풍이 제트의 옆쪽에서 불어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휘어 나갔다"며 "이렇게 형성된 일명 춤추는 제트는 지구상에서 강풍이 분수의 물을 밀어내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백조자리 X-1 쌍성계에서 벌어지는 항성풍과 제트의 상호작용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 <사진=커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항성풍에 의해 제트가 얼마나 휘어졌는지 측정하면, 제트 자체의 힘를 역산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지구상에 분포한 여러 전파 망원경을 동기화하고, 사실상 지구 규모의 거대한 망원경을 가동한 초장기 전파 간섭계로 춤추는 제트의 연속 이미지를 촬영했다.

스티브 프라부 박사는 "이번 관측에서 백조자리 X-1 제트의 출력은 태양 1만 개에 해당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며 "또한 제트의 속도는 빛의 속도의 절반가량인 초당 약 15만㎞에 달한다는 점도 확인됐는데, 수십 년 동안 과학자들이 직접 측정하지 못했던 값"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구상의 전파망원경 중 가장 유망한 알마(ALMA) <사진=유럽남천천문대(ESO) 공식 홈페이지>

기존 방법으로는 제트의 위력을 수천 년에서 수백만 년에 걸친 평균값으로만 계산할 수 있었다. 이번에 처음으로 순간적인 힘을 측정함으로써, 블랙홀에 물질이 떨어질 때 순간적으로 방출되는 X선 에너지와 직접 비교할 수 있게 됐다. 특히 물질이 블랙홀에 떨어질 때 방출되는 에너지의 약 10%가 제트에 의해 주변 우주 공간으로 퍼진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 값은 과학자들이 우주의 대규모 시뮬레이션 모델에서 오랫동안 가정해 온 것이지만, 실제 관측으로 입증된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블랙홀 주변의 물리 법칙은 질량의 크기에 관계없이 매우 유사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태양 질량의 10배에서 1000만 배에 달하는 다양한 블랙홀의 제트 연구에도 이 측정값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현재 서호주와 남아프리카에 평방킬로미터 간섭계(스퀘어 킬로미터 어레이, SKA)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파 망원경군이 건설되는 만큼, 향후 멀리 떨어진 수백만 개의 은하에서 블랙홀 제트를 탐지할 때 이번 기준값이 쓸모가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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