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떠돌던 플라스틱병에 두 달 넘게 갇힌 채 성장한 게가 발견됐다. 병 안으로 들어온 작은 물고기와 해조류를 먹으며 생존한 게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여실히 보여줬다.

일본 히로시마대학교 연구팀은 2022년 7월 오키나와현 세소코 섬 앞바다에서 해양 쓰레기를 조사하다 희한한 플라스틱병 하나를 수거했다. 고밀도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 병 안에는 살아있는 암컷 점박이꽃게 한 마리가 들어 있었다. 인도양과 서태평양에 분포하는 꽃게과 갑각류다.

발견된 개체는 껍데기 폭은 88.23㎜, 무게 약 42g이었다. 플라스틱병 입구의 지름은 24㎜에 불과해 게가 작은 상태에서 병 안으로 들어간 뒤 성장하면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측됐다.

점박이꽃게가 들어간 플라스틱 용기(a)와 발견 당시 용기 내부의 점박이꽃게(b). 병 외부에 붙은 따개비류와 꽃게가 섭취한 작은 물고기들(c) <사진=히로시마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병 표면에 붙은 따개비류의 성장 수준을 파악, 플라스틱병이 바다를 떠돈 기간을 계산했다. 당시 수온과 가장 큰 개체의 성장 속도를 분석한 결과 병은 최소 62일간 바다를 표류했을 가능성이 떠올랐다.

그동안 게가 어떻게 생존했는지도 조사했다. 연구팀이 위 내용물을 분석한 결과 병 주변에서 발견된 어린 물고기와 녹조류·갈조류 등을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병에 갇힌 게는 유입된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고 내부에서 자란 해조류를 섭취하면서 버텼다.

히로시마대 사토 하지메 연구원은 “발견 당시 게의 무게는 같은 크기의 일반 개체보다 무거웠고 난소도 성숙한 상태였다”며 “이번 사례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물에 미치는 새로운 형태의 영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참고를 위한 점박이꽃게의 이미지 <사진=인공지능(챗GPT) 생성 이미지>

이어 “지금까지 해양 플라스틱 문제는 생물이 쓰레기를 먹이로 착각해 삼키거나 폐어구에 얽히는 피해, 미세플라스틱이 먹이사슬에 유입되는 현상이 주로 연구됐다”며 “점박이꽃게 사례처럼 입구가 좁은 플라스틱 용기에 작은 생물이 들어간 뒤 내부에서 성장하면 살아있는 상태로 장기간 갇히고, 이동과 번식 기회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런 성장 포획이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가 작은 갑각류에 미치는 과소평가된 위협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간의 무분별한 행동이 자연에 미치는 악영향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준 연구팀의 성과는 이달 초 국제학술지 Ecosphere에 먼저 실렸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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