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가 각기 다른 소리를 내 수를 세는 것이 가능하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똑똑한 동물로 익히 알려진 까마귀지만 추상적인 수의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소리로 표현하는 능력은 인간 이외에서는 처음 확인됐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생태학 연구팀은 어린아이 수준의 지능과 자제력을 가진 까마귀가 어떤 식으로 수를 이해하는지 들여다본 실험 결과를 23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소개했다.

연구팀은 까마귀 3마리에 숫자 1~4를 적은 화면 또는 그 발음을 각각 보고 듣게 했다. 시각이나 청각으로 특정 숫자를 접한 까마귀는 그에 맞게 울음소리를 내고, 부리로 버튼을 눌러 답변을 끝내도록 훈련받았다. 숫자 3을 들으면 3번 울고, 숫자 1이 적힌 화면을 봤다면 1번 우는 식이다.

숫자 3이 적힌 화면을 접한 까마귀는 3번 울고 나서 버튼을 눌렀다. 이때 세 차례 울음소리는 인간의 '하나' '둘' '셋'처럼 발음이 각각 달랐다. <사진=튀빙겐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거듭된 훈련 결과, 까마귀 3마리 모두 1, 2, 3, 4에 대응한 울음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답변 시간은 까마귀가 제시받은 숫자가 클수록 길었다. 답변까지 걸리는 시간은 제시한 숫자가 화면(시각)이든 소리(청각)이든 같았다.

연구를 이끈 안드레아스 니더 교수는 "까마귀가 숫자를 이해하는 이번 실험을 통해 이 영리한 새는 숫자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원숭이나 꿀벌 등 일부 동물이 수를 이해하는 능력을 가졌지만 수의 처리와 발성 제어라는 두 가지 고도의 능력을 결합한 동물은 인간 외에 알려져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실험에서는 까마귀가 숫자에 따라 울음소리 자체를 바꾸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1, 2, 3, 4를 각각 제시받을 때 내는 소리가 달랐다. 이에 대해 안드레아스 교수는 "까마귀가 응답할 때 음향 특성을 분석한 결과, 사람이 1, 2, 3, 4를 각기 달리 발음하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고 놀라워했다.

까마귀는 시각 또는 청각으로 받아들인 숫자를 소리로 표현할 줄 아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pixabay>

교수는 "우리 실험 결과는 0의 개념도 이해한다는 까마귀가 제시된 숫자 정보에서 추상적 개념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몇 번 울 것인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까지 시사한다"고 말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조류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했다. 안드레아스 교수는 "미국 박새는 포식자의 종류에 따라 경계음을 내는 횟수를 바꾼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까마귀에 관해 얻은 이번 지식은 그간 간과한 새들의 소통 능력의 일부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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