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성 위성 타이탄과 왜행성 명왕성 표면에서 정체불명의 동일한 물질 흔적이 검출됐다.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분석된 물질의 분광 자료 가운데 관측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 없어 그 정체에 관심이 쏠렸다.
프랑스 파리천문대 천체물리학관측기기연구소(LIRA) 브루노 베자르(63) 박사 연구팀은 8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타이탄과 명왕성 표면에서 파장 5.113마이크로미터(㎛)의 미확인 흡수대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타이탄과 명왕성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대기의 화학적 환경에 공통점이 있다. 두 천체 모두 질소와 메탄을 포함한 대기를 가졌고, 태양광과 우주 방사선이 메탄을 분해하면 탄화수소를 비롯한 복잡한 유기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
다만 두 천체의 환경은 크게 다르다. 타이탄은 두꺼운 대기와 유기물로 구성된 짙은 연무에 둘러싸여 있지만, 명왕성의 대기는 극도로 희박하다. 표면 온도 차이가 크고,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는 정도도 상당히 다르다.
타이탄은 두꺼운 대기와 연무 때문에 표면의 화학적 조성을 분광학적으로 관측하기 어렵다.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높은 감도와 넓은 파장 관측 능력을 이용해 비교적 연구가 덜 이뤄진 5㎛ 부근의 대기창을 조사했다.
브루노 베자르 박사는 “물질은 종류에 따라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한다. 천체에서 반사된 빛을 파장별로 분석하면 특정 물질이 흡수한 영역이 골짜기처럼 나타나는 것이 흡수대”라며 “그 위치와 폭은 천체 표면이나 대기를 구성하는 물질의 정체를 추정하는 중요한 단서”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근적외선분광기(NIRSpec) 및 중간적외선장치(MIRI)가 수집한 타이탄 관측 자료에서 5.113㎛를 중심으로 하는 미확인 흡수대를 특정했다. 흡수 깊이는 약 6~7%였다. 타이탄 대기의 기체와 연무에 의한 빛의 흡수를 반영한 복사 전달 모델과 실제 관측 결과를 비교했지만 5.113㎛의 신호는 재현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흡수 신호가 대기가 아닌 타이탄 표면에서 발생한 것으로 봤다. 천체 가장자리에서는 빛이 더 긴 대기층을 통과하기 때문에 대기 물질이 원인이라면 흡수 신호가 강해져야 하지만 실제 관측에서는 오히려 약해졌다. 흥미로운 점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관측한 명왕성의 자료에서도 거의 같은 위치의 흡수대가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브루노 베자르 박사는 “명왕성에서는 5.11㎛ 부근에서 약 4~5% 깊이의 흡수가 확인됐다”며 “흡수대의 폭은 타이탄 후행면에서 관측된 것보다 약 3배 넓었다”고 말했다.
이어 “타이탄에서도 관측 지역에 따라 차이가 나타났다. 후행면을 NIRSpec으로 관측한 자료에서 흡수대의 폭은 0.024㎛였고, MIRI가 관측한 선행면에서는 이보다 약 25% 좁을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두 천체의 흡수 특징이 같은 물질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정체는 확인하지 못했다. 타이탄의 대기에서 발견되거나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여러 얼음과 유기물의 실험실 분광 자료를 관측 결과와 비교했지만 정확하게 일치하는 물질은 없었다.
연구팀은 후보 물질로 아세틸렌 얼음과 케텐 얼음, 다른 물질과 혼합된 벤젠 등을 검토했다. 특히 연속적인 이중결합 구조를 가진 알렌류 유기화합물도 5.11㎛ 부근에서 흡수 특징을 나타낼 가능성이 있는 후보로 제시됐다.
후보로 거론된 물질들은 탄소를 포함한 유기화합물이라는 점에서 복잡한 유기분자를 만드는 화학적 재료가 될 수 있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물질과 연결될 가능성은 있지만 이번 연구가 타이탄이나 명왕성의 생명체 존재를 보여주는 증거는 아니라고 연구팀은 인정했다.
연구팀은 향후 보다 많은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분석해 타이탄 표면 전체에서 5.113㎛ 흡수 특징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지도로 만들 계획이다. 흡수대의 위치와 강도를 지질학적 특징과 비교하면 미확인 물질의 생성 과정과 기원을 추적하는 단서를 얻을 수 있다.
타이탄은 첨단 장비를 통한 직접 조사도 예정돼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드래곤플라이는 2028년 발사돼 2034년 타이탄에 도착할 예정이다. 프로펠러 8개를 탑재한 드래곤플라이는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타이탄 표면의 유기물 조성과 화학적 복잡성을 직접 조사한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