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물학자들은 지구 역사상 가장 큰 새로 5600만~200만년 전 남극대륙에서 살았던 '펠라고르니티드(pelagornithid)'를 꼽는다.

펼친 날개 길이가 무려 6.1~7.4m에 달하는 이 새와 비교할 정도의 크기를 가진 것은 멸종된 독수리의 친척 '아르젠타비스(Argentavis)' 정도다. 참고로 대멸망기 이전에 살았던 익룡 프테로사우루스는 양 날개 폭이 최대 11m에 달했다.

펠라고르니티드의 뼈 화석은 남극을 중심으로 칠레와 뉴질랜드, 미국 동남부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드물게 발견된다. 이전에 화석을 발견한 한 과학자는 "이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크기에 놀랄 것"이라며 "하늘에 떠있으면 태양을 가려 그늘을 만들 정도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 위를 날아다니는 펠라고르니티드 상상도 <사진=스미소니언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How the Largest Flying Bird of All Time Stayed Airborne' 캡처>

그런데 지난해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보고된 펠라고르니티드의 새로운 화석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600만년 이전의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이 고대 새의 진화 과정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남겼다. 게다가 연구팀이 이 화석의 정체를 밝히는 데는 40여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처음 화석이 발견된 것은 1983년으로, 남극 시모어 섬에서 화석을 발굴하던 과학자들은 3700만년 된 암석층에서 턱 뼈와 다리 뼈 두 종을 찾아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리버사이드로 옮겼다. 특이하게도 턱 뼈에는 이빨로 추정되는 흔적들이 남아 있었지만, 당시에는 이 뼈가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펠라고르니티드 상상도 <사진=스미소니언 유튜브 공식채널 영상 'How the Largest Flying Bird of All Time Stayed Airborne' 캡처>

이후 20년이 지난 뒤 뼈들은 캘리포니아대학교 고생물학 박물관으로 이전됐고, 여기에서 고생물학자들에 의해 펠라고르니티드라는 사실이 처음 밝혀졌다. 다시 십수년이 지난 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고생물학자 피터 클로스 교수가 이 새에 대한 추가 연구를 시작했다.

연구팀은 기존에 발견된 다른 화석들과 대조 작업을 실시했는데, 우연히 펠라고르니티드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샘플을 찾아냈다. 기존에 4300만~3500만년 전의 지층에서 발견됐을 것으로 추정되던 화석이 사실은 5000만년 이전의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 시기는 대멸종 사태 이후 생명체들이 회복해서 다시 번성했던 에오세에 해당하며, 이 새들이 발생한 이후 600만년 이내에 여러 크기로 빠르게 다양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클로스 교수는 "우리는 거대한 펠라고르니티드가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일찍 나타났으며, 남극대륙에 에오세 초기부터 후기까지 다양한 크기의 펠라고니티드가 살았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700만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펠라고르니티드의 턱 뼈 <사진=피터 클로스>

연구팀은 큰 날개로 인해 이 새가 먼 거리를 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다양한 크기의 펠라고르니티드가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새들은 뾰족하고 이빨이 달린 턱을 이용해 수면 아래의 물고기와 오징어 등을 잡아 먹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클로스 교수는 "이 새의 화석이 희귀하기 때문에 우리가 아직 가장 큰 펠라고르니티드를 발견했는지 장담하기 어렵다"며 "다양성을 감안하면 더 큰 화석이 등장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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