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직립 이족보행을 가능하게 해준 유전자가 인공지능(AI)의 분석을 통해 처음 발견됐다. 인류는 대략 600만~700만 년 전 침팬지나 보노보 등 유인원과 분리돼 진화했고, 이후 서서히 두 발로 걷는 법을 익히면서 현재에 이른 것으로 생각돼 왔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교(UT 오스틴) 연구팀은 21일 공식 채널에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인류의 이족보행이 가능하게 해준 유전자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영장류 중 사람만이 직립 이족보행에 적응한 이유를 규명하기 위해 AI를 떠올렸다. 최근 인공지능의 기계학습이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연구에서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영장류 골격 사진 약 3만9000장과 게놈을 AI 기계학습을 통해 분석한 연구팀은 인간의 직립 이족보행에 관여한 유전자를 확인했다.
조사 관계자는 "최근 발달한 AI의 기계학습은 4만 장 가까운 골격 사진을 순식간에 학습하고 유사성 및 차이를 분석한다"며 "AI를 활용해 어깨와 무릎, 발목 등 걷는 데 사용되는 뼈들의 거리를 수치화하고 이 데이터를 인간의 여러 유전자와 비교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분석 과정에서 우리는 인간 게놈 145개가 인간 골격 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이 유전자들은 인간의 직립 이족보행을 구현하는 뼈들의 비율을 세밀하게 조절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이들 유전자가 유인원과 다양한 척추동물에도 존재하지만, 인간의 경우 뚜렷한 분기가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분기를 통해 인간의 직립 이족보행이 점차 정형화됐고, 침팬지 등 다른 유인원과 다른 보행이 가능해졌다고 연구팀은 결론 내렸다.
사람은 유일하게 팔보다 다리가 긴 대형 영장류다. 완전한 직립 이족보행이 가능한 동물은 지구상에서 인간밖에 없다. 이 특징은 사람과 다른 유인원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학자들은 왜 인류가 직립 이족보행을 하게 됐는지 규명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고, 여러 설이 나왔지만 명확한 이유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직립 이족보행은 인간이 지구 생태계 꼭대기에 오르는 기회를 제공했다. 손이 자유로워지면서 물건을 만지고 도구를 만들었고, 이는 지능 발달로 이어졌다. 다만 직립 이족보행 때문에 인간은 요통이나 무릎 관절염 같은 근육 및 골격 질환에 걸리기 쉬워졌다. 내장기관이 아래로 흐르지 않도록 골반이 작아져 여성의 출산이 어려워졌다.
조사 관계자는 "이번 연구 성과는 인류나 영장류, 다른 동물의 진화 과정의 이해에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아울러 현대인이 앓는 다양한 골격·근육 관련 질환이나 그 위험을 예측하는 데도 유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