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 문명의 대부분은 이미 멸망했다는 새로운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천체물리학자 조나단 H.지앙은 지난해 12월 30일 발표한 논문에서 "우주 생명체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거리는 은하 중심에서 약 1만3000광년"이라며 "그 문명이 정점에 달하는 것은 은하가 형성된 뒤 80억년"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반면 지구는 은하 중심에서 약 2만5000광년 떨어져 있으며, 은하수가 형성된 후 약 135억년 후에 인간 문명이 생겼다"며 "행성의 폭발이나 급격한 기후 변화를 통해 외계의 고등 문명이 사라질 확률이 매우 낮다고 해도 은하계 최고 문명 대부분은 이미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은하수의 지적 문명 대부분은 우리보다 까마득한 과거에 형성됐고 멸망했다는 이야기다. 이런 내용은 수학과 물리학, 천문학 분야의 전 세계 논문이 거의 망라된 arXiv 데이터베이스에 게재됐다.
이번 결과가 의미 있는 것은 드레이크 방정식에 허블 우주망원경과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최신 자료가 대입됐다는 점이다. 하나의 지능적인 종이 스스로 멸망에 도달하는 추가적 심리연구까지 더해져 과학적 가치가 높이 평가된다.
1960년대 코넬대학교 프랭크 드레이크 박사가 만든 드레이크 방정식은 외계 지성체(ETI)의 존재 가능성을 추정하는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이다. 우주 어딘가 존재하는 별의 수를 행성을 갖는 별의 수로 나누고, 다시 이론적으로 생명체를 가지고 있을 별의 수로 나누는 식이다. 우리 은하 내의 교신 가능한 외계 문명의 수는 문명의 평균 수명이라는 결론에 다다른다.
지금까지 학자들은 드레이크 방적식을 대입한 결과 아무리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우리 은하계에 존재할 고등 문명의 수는 수백만에 달한다고 여겨왔다.
이번 주장에도 여전히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전문가들은 많다. 우리 은하계에는 대략 1000억에서 4000억개의 별이 존재하며, 우리의 은하는 대략 1400억개 정도로 짐작되는 은하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은 우주 전체에 존재하는 행성의 수를 1조의 100억배로 추산하기도 했다.
다만 우주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활하다는 게 문제다. 천체물리학자들은 각 문명 사이의 거리는 최소 200광년으로 본다. 지구에서 가장 근접한 외계 문명이 지금 망원경으로 지구를 지켜본다면 1800년대 모습이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몇천, 몇만 광년이 떨어진 곳에서는 발달한 지구 문명은커녕 기껏 돌도끼를 든 유인원이나 공룡 밖에는 볼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일부 천체물리학자들은 우리가 광활한 우주 속에 사실상 유일하게 존재하는 문명체라고 여긴다. 이런 학자들은 이번 논문에 대해 "밤하늘 아름답게 빛나는 은하수는 사실 외계 문명의 무덤"이라고 표현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