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길이 15m 이상, 체중 40t 넘게 자라는 혹등고래의 교미가 처음으로 포착됐다. 더욱이 개체가 모두 수컷으로 확인되면서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해양 포유류 전문가 스테파니 스택 연구팀은 27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혹등고래 수컷 2마리의 성행동을 소개했다. 혹등고래의 교미가 카메라에 잡힌 것은 처음이며, 동성 간의 성행동이 목격된 것도 전례가 없다.
연구팀은 2022년 1월 19일 미국 하와이 마우이 섬 앞바다에서 극적인 상황을 잡아냈다. 혹등고래처럼 거대한 해양 포유류의 교미를 포착하기는 상당히 어렵지만, 최근 수중 드론과 영상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형 해양 포유류의 추적은 한결 편해진 것도 사실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혹등고래들의 주요 성행동은 대략 2분간 계속됐다. 두 고래는 이미 태평양고래재단 등 해양 포유류 연구 단체가 식별해 등록한 개체들이었다. 덕분에 영상 분석에서 의심된 수컷끼리의 성행동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그동안 바다코끼리, 회색물범, 범고래, 귀신고래, 북극고래 등 해양 동물에서 동성 간 성행동이 관찰됐다. 학자들은 이런 성행동이 이성과 교미를 위한 연습이거나 수컷끼리 우위를 가리기 위한 행동이라고 추측할 뿐, 정확한 목적은 알아내지 못했다.
일부 학자는 수컷 혹등고래가 오로지 짝짓기 상대를 원할 뿐, 대상의 성별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성행동을 당한 수컷 쪽에서 당연히 공격해올 수도 있지만, 나이가 많거나 부상으로 몸이 약한 상태라면 그대로 당할 뿐이라는 견해도 있다.
스테파니 스택은 "한쪽 고래가 대상을 암컷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아니면 두 고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어 병으로 약해진 동료와 유대를 돈독히 하거나 위로할 목적의 행위일지 모른다"고 추측했다.
이번 연구는 혹등고래의 동성 간 성행동에 대한 세계 최초의 기록이지만 그 가능성은 일찍이 점쳐졌다. 1998년 해양포유류 연구자들은 수컷 혹등고래가 다른 수컷 사체에 접근해 성행동을 하는 상황을 학계에 보고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