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로 이전된 고대 이집트 오벨리스크에 비밀 메시지가 숨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벨리스크는 고대 이집트 왕조가 태양신을 기리기 위해 만든 거대 기념비다.

파리가톨릭대학교(CUP) 언어학자 겸 암호학자 장 기욤 올리트 펠르티에 교수 연구팀은 최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파리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에 숨은 문자들의 해독 결과를 공개했다.

콩코르드 광장의 오벨리스크는 이집트 룩소르 신전의 것으로 나폴레옹 3세 시대에 프랑스로 이전됐다. 3300년 전 만들어진 오벨리스크는 거의 200년에 걸쳐 프랑스 중심부에 자리하며 명물로 사랑을 받았는데, 학자들은 여기에 숨은 비밀의 메시지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

프랑스 파리 콩코르드 광장을 상징하는 고대 이집트 오벨리스크 <사진=pixabay>

기욤 교수는 "콩코르드 광장 오벨리스크는 1805년 이집트 총독이 당시 프랑스 국왕 샤를 10세에 보낸 것"이라며 "1833년 파리에 도착한 오벨리스크는 1836년 루이 필리프 1세 때 현재의 자리에 설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오벨리스크의 상형문자는 람세스 2세의 업적은 물론, 테베(현재의 룩소르)의 주신 아문이나 천공의 신 호루스에 대한 기술을 포함한다"며 "2021년 오벨리스크 개보수 공사 때 허가를 받고 발판에 올라 평소 관찰할 수 없는 부분까지 조사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연구팀은 오벨리스크를 만들도록 지시한 이집트 신왕국 제19왕조 3대 파라오 람세스 2세를 신격화한 미지의 비문을 파악했다. 23m의 돌기둥 끝 부분, 그러니까 지상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 곳에 일정 각도에서만 읽을 수 있는 비문이 숨어 있었다.

콩코르드 광장의 고대 이집트 오벨리스크는 원래 룩소르 신전의 것이다. <사진=pixabay>

기욤 교수는 "비문은 오벨리스크 건설 당시 나일강을 오가는 배 위에서 잘 보이도록 설계됐다. 1년에 한 번 있는 성대한 축제 때 배를 타고 오는 귀족들을 겨냥한 시각적 선전인 셈"이라며 "람세스 2세는 신들에 선택받은 신성한 인물로, 이집트를 통치할 권리를 부여받았음을 알리기 위한 문구가 들어갔다"고 소개했다.

나일강은 주기적 범람으로 비옥한 미립질 토양을 이집트에 제공했다. 고대 이집트 테베에서는 나일강 범람 시즌이 되면 축제를 열고 아문이나 호루스, 파라오를 칭송했다. 여기 참석하는 귀족들은 배를 타고 왔는데, 매번 오벨리스크 끝부분의 메시지를 보게 됐다는 게 연구팀 추측이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고대 이집트 파라오가 권위를 강화하기 위해 오벨리스크를 선전용으로 썼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학자는 나일강에서 배로 올려다보는 오벨리스크의 윗부분 문장을 과연 귀족들이 제대로 봤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블로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