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바르트 뭉크의 세계적인 명화 '절규(The Scream)'에 숨겨졌던 미스터리가 밝혀졌다.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큐레이터 마이 브릿 굴렝 등 연구팀은 현재 소장 중인 '절규'의 적외선 사진 촬영을 최근 실시한 결과, 오랜 세월 논란이 됐던 글씨체의 주인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절규'의 왼쪽 상단 모서리에는 연필로 쓴 희미한 글씨가 들어가 있다. 이는 그동안 전문가 사이에서 오랜 논란의 대상이었다. 뭉크의 글씨가 맞다는 일부 주장과 반대로 나중에 누군가가 덧붙였다는 주장이 맞섰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 문장은 "미친 사람이 그렸을 뿐이야!"라는 과격한 내용이다.
이번 분석 결과 해당 문구는 의심할 여지없이 뭉크의 것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연구원들은 스캔을 통해 훨씬 선명해진 글씨가 뭉크의 일기와 편지 등의 필적과 일치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그림보존가 티에리 포드는 "현미경을 통해 본 결과 연필선이 페인트 위에 있어, 그림을 그린 뒤에 글씨를 위에 썼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뭉크가 언제, 왜 이런 글을 썼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이는 그림이 완성된지 11년 후인 1904년 코펜하겐 전시회 때 덴마크의 미술평론가에 의해 처음으로 언급됐다. 당시 비평가는 다른 사람이 낙서를 해놓았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굴렝 등 연구팀은 뭉크가 1893년 노르웨이에서 그림을 전시한 뒤 이 문구를 썼다고 가정했다. 당시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은 '절규'를 호평했지만 비판도 만만찮았다. 당시 헨리크 그로쉬라는 비평가는 "뭉크가 정상적인 두뇌를 가진 진지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혹평했다. 요한 샤펜베르그라는 의대생이 뭉크의 정신 상태가 이상하다고 지적한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이런 비난은 뭉크에게 상처를 줬을 가능성이 있다. 이후 일기나 편지 속에서 여러 번 그 사건을 언급했다. 또 뭉크는 가족 중 여러 명이 정신병에 시달렸기 때문에 유전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었다.
굴렝은 "뭉크가 1895년 또는 그 이후에 샤펜베르그의 말을 듣고 이 글을 썼다는 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라며 "이 글귀는 예술가가 대중의 평가에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