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한 장면처럼 소행성을 미사일로 분쇄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부 소행성은 괴멸적 파괴보다는 적절한 타격으로 궤도를 바꾸는 게 상책이라는 주장에 학계 관심이 쏠렸다.  

호주 커틴대학교 연구팀은 23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서 이토카와 같은 일부 소행성은 미사일로 타격해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일본 탐사선이 회수한 이토카와의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일부 소행성을 파괴하는 것은 상당한 난제일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소행성 이토카와의 상상도 <사진=커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Kevin M.Gill>

이토카와의 샘플은 지난 2010년 6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운용하는 '하야부사' 탐사선이 갖고 돌아왔다. 지구 중력권 밖에 있는 소행성의 샘플 회수에 성공한 세계 최초 사례로 당시 큰 관심이 쏠렸다.

장기간 이토카와의 샘플을 분석한 연구팀은 일부 소행성의 구조가 충격을 흡수하는 스펀지와 닮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토카와는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아니라 무수한 돌조각들이 모인 덩어리, 즉 러블 파일(Rubble pile) 천체다.

연구팀 관계자는 "이토카와 같은 소행성은 큼직한 암석이 아니라 작은 자갈들이 모인 것으로, 조직이 생각보다 느슨하다"며 "이런 소행성이 오래 존재하는 것은 내부에 공간이 많아 외부 충격을 쉽게 흡수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NASA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디모르포스. 지난달 27일 이뤄진 DART 미션 이후 285시간 후의 상황을 담았다. 디모르포스의 표면에서 폭발한 파편들이 여전히 긴 꼬리를 그리며 흩어지고 있다. 학자들은 소행성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 물질이 우주 공간에서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관측하고 있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이어 "이토카와 같은 소행성이 지구에 맹렬한 속도로 접근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미 항공우주국(NASA)이 실행한 'DART' 미션 같은 방식으로 지구를 지켜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ASA는 지난해 9월 소형 우주선 DART를 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 디모르포스에 명중시켰다. 이후 추적 관찰을 통해 디모르포스의 궤도가 바뀐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토카와와 같이 조직이 스펀지를 닮은 천체가 더 있다는 가정 하에, 'DART'와 같은 방법을 보다 개량해 소행성 궤도를 물리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SF 영화나 히어로물에서 인류를 위협하는 소행성을 핵폭탄으로 제거하는 방법은 이토카와 같은 소행성에 무용지물"이라며 "현재로서는 러블 파일 천체를 파괴하기보다 충격을 가해 궤도를 바꾸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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