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에도 등장하는 그리스 병사의 투구가 실제로 발견됐다.

이스라엘 고대유물국(IAA)은 2500년전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중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의 청동 투구를 발견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IAA는 "청동 한 장을 가지고 열을 가하고 망치질하는 전문적인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며 "이 기술은 전사의 머리를 보호하는 능력을 유지하며 동시에 무게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구는 아마도 당시 페르시아인들과의 해전에 나선 그리스 함대에 주둔한 전사의 것이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스-페르시아 전쟁 중 사용한 그리스 청동 투구 <사진=이스라엘 고대유물국(IAA) 홈페이지>

청동 투구는 과거에도 종종 발견됐다. 그러나 이번에 발견된 투구는 지난 2007년 네덜란드 선박이 해전이 벌어졌던 지역에서 찾아낸 것이다.

고고학자들에 따르면 이 투구는 그리스 코린트 시의 이름을 딴 '코린트 형식'으로, 기원전 6세기경 처음 만들어져 인기를 끌며 지중해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이는 우리와도 관계가 있는데, 1936년 손기정이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기념으로 받은 게 청동 투구다. 당시 우승자에게는 부상으로 유물이 주어졌으며, 현재는 보물 904호로 지정돼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한편, 실제 역사에서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침공한 것은 두 차례다. 기원전 490년 일어난 첫 전쟁은 '마라톤 전투'로 잘 알려져 있다. 약 40㎞를 달려가 아테네 근처 마라톤에서 벌어진 전투의 승전보를 전하고 숨진 병사 페이딥피데스의 이야기로부터 마라톤 경주의 이름이 유래됐다.

손기정이 기증한 보물 904호 그리스 청동 투구  <사진=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가 등장하는 영화 '300'은 두 번째 침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에서 보듯 스파르타 군은 기원전 480년 펼쳐진 테르모필레 협곡 전투에서 페르시아의 침공 속도를 늦추는 데 성공했다.

이후 아르테시미온 전투를 거쳐 그리스가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둔 11년간의 살라미스 해전이 영화 '300: 제국의 부활'과 이번 투구가 발견된 배경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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