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 관측 방법을 응용해 딥페이크(deepfake) 조작 영상을 구분하는 신기술이 개발됐다.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딥페이크는 혁신적인 사진 합성 도구로 주목받았지만 음란물 제작 등 범죄에 악용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영국 헐대학교 우주물리학 석사 과정 아데주모케 오월라비는 담당 교수 케빈 핌블릿 박사와 함께 사진 속 인물의 눈동자 빛 반사를 분석, 딥페이크 이미지를 판별하는 법을 공개했다.
최근 영국 왕립천문학회 주최로 열린 2024 전국천문학회의에서 발표된 새로운 기법은 같은 광원을 바라보는 사람의 눈은 일반적으로 좌우 안구 모두 같은 빛 반사를 보이는 점에 착안했다.

아데주모케 오월라비는 "빛 반사의 정량화를 응용한 극히 단순한 원리가 이번 연구의 핵심"이라며 "원래 천문학자들이 은하 이미지에서 빛의 분포를 가늠할 때 쓰는 지니계수를 통해 안구의 픽셀 전체에 걸친 빛 반사의 균일성을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울수록 빛이 균일하게 분산되고, 1에 가깝다면 빛이 하나의 픽셀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라며 "딥 페이크가 합성한 이미지들은 좌우 안구의 빛 반사 형상이 서로 다른 경향이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새로 개발된 방법은 아래 두 사진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쉽다. 각각 인간의 두 눈을 촬영한 것으로, 위 사진은 좌우 안구에 반사된 빛의 형태가 거의 같지만 딥 페이크가 합성한 아래 사진은 좌우 안구의 빛 반사 형상이 대부분 다르다.

이에 대해 핌블릿 박사는 "천문대나 우주망원경이 찍은 은하 이미지를 분석할 때 학자들은 빛의 분포를 먼저 들여다보고 은하의 형태를 예상한다"며 "원래 은하의 빛 분포를 측정하는 CAS 파라미터를 응용하려 했지만 딥페이크 영상 판독에는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방법도 오차 때문에 100% 딥페이크 사진을 간파하지는 못한다"면서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딥페이크를 악용한 범죄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는 확실한 힌트인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 대해 IT·기술 전문 웹사이트 아르스 테크니카는 "비교적 고해상도 이미지가 필요하고 AI 모델이 물리적으로 정확한 안구 반사를 재현도록 진화하면 쓸모없는 기술"이라면서도 "안구의 빛 반사를 분석하는 기법은 머리카락 질감이나 해부학적 구조, 피부색, 배경의 일관성을 바탕으로 합성 여부를 감별하는 기존 방법보다 간단하고 유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딥페이크는 합성 음란물 문제는 물론 유명 인사의 얼굴을 도용한 가짜 영상으로 수차례 논란이 됐다. 2018년 버락 오바마(62) 전 미국 대통령이 현재 미 대선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78)를 비방하는 조작 영상이 등장했다. 2020년에는 톰 크루즈(62) 등 할리우드 스타의 얼굴을 진짜처럼 합성한 가짜 광고가 제작·유포됐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