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속 캐릭터를 위해 체중을 극한까지 줄인 배우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살을 급격하게 불리는 경우도 있다. 뚱뚱한 배역을 완성하기 위해 그저 놀고먹으면 될 듯하지만, 갑작스러운 체중 증가는 감량만큼 건강에 해롭고 남모를 고충도 있다. 뭣보다 작품이 끝나면 피나는 다이어트가 기다린다는 사실이 배우들을 우울하게 한다.
할리우드에는 급격한 체중감량으로 유명하면서, 반대로 증량에도 일가견이 있는 배우가 몇 있다. 크리스찬 베일이 대표적이며, 매튜 맥커너히 같은 연기파도 고무줄 체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크리스찬 베일 - 아메리칸 허슬(2013)
‘머시니스트’(2004)에서 지옥의 다이어트를 경험한 크리스찬 베일(45)은 9년 만에 출연한 ‘아메리칸 허슬’에서 완전한 뚱보로 변신했다.
극중에서 뉴욕의 사기꾼 어빙 로젠펠드 역을 맡은 그는 체중을 무려 19㎏ 불리며 진정한 연기파임을 입증했다. 뱃살이 출렁대고 머리가 시원하게 벗겨진 극중 캐릭터에 다가가기 위해 삭발한 사실도 유명하다.
더욱이 어빙의 구부정한 자세를 따라하려다 디스크가 상하는가 하면, 이 때문에 실제 키가 줄어드는 상황까지 맞았지만 연기 열정은 식지 않았다. 덕분에 영화에 함께 출연한 로버트 드 니로(77)가 크리스찬 베일을 못 알아본 일화가 여태 전해진다.
■맷 데이먼 - 인포먼트(2009)
에드워드 즈윅 감독의 ‘커리지 언더 파이어’(1996)에서 27㎏이나 뺐던 맷 데이먼(49)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작품 ‘인포먼트’에서는 증량에 도전했다.
맷 데이먼 본인 말로는 이 영화를 준비하며 체중을 14㎏ 불렸다. 운동을 기본적으로 즐기는 그는 제작에 앞서 운동을 끊고 평소 먹고 싶었던 햄버거와 맥주를 즐겼다. 그는 “30대여서 가능했던 일이지, 나이가 더 들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의 절친 벤 애플렉(49)은 그의 체중 증가에 대해 “비행기 좌석을 두 장 끊을 정도로 엉덩이가 커졌다”고 놀리기도 했다.
■톰 하디 - 장기수 브론슨의 고백(2008)
연기파 톰 하디(42)는 영국의 가장 위험한 범죄자 찰스 브론슨(68)으로 변모하기까지 5주를 썼다. 어린 시절부터 몸집이 크고 주먹질을 잘했던 브론슨을 묘사하기 위해 큰 덩치와 근육을 함께 만들어야 했다.
톰 하디는 전직 해병대원의 도움을 받아 팔굽혀펴기와 복근운동에 매달렸다. 상반신이 우람한 반면 엉덩이 밑으로는 빈약한 브론슨의 몸매를 따라하려 애썼다. 이를 위해 톰 하디는 운동기간이 끝난 직후 마구 먹어대기 시작했다.
“모든 게 시간과의 싸움이었다”는 그는 “낭비할 시간이 없어 몸을 만들었다 싶을 때부터 먹기 시작했다. 하겐다즈, 콜라, 피자를 먹어대니 지방이 빠르게 늘더라“고 돌아봤다.
일주일에 3㎏씩 불린 그는 결과적으로 극중 인물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여담으로, 영화 제작에 앞서 톰 하디를 면담한 찰스 브론슨은 “실망이다. 이 배우는 나를 결코 연기할 수 없다”고 독설했고, 이 발언이 톰 하디를 제대로 자극했다.
■샤를리즈 테론 - 몬스터(2003)
‘아토믹 블론드’(2017)에서 대단한 액션을 선보인 샤를리즈 테론(44). 우아함과 아름다움, 카리스마의 정점으로 통하는 그는 나이 서른도 되기 전에 출연한 패티 젠킨스의 ‘몬스터’(2003)에서 혹독한 체중 증량을 경험했다.
미국 최초의 여성연쇄살인범 에일린 워노스의 비극적 삶을 그리기 위해 그는 캐릭터를 뜯어 연구했다. 몸매부터 닮기 위해 감자칩을 달고 살아 13㎏ 넘게 살을 불렸다.
불어난 체중도 화제였지만, ‘몬스터’는 샤를리즈 테론의 소름끼치는 연기력이 빛을 발한 영화다. 예쁨을 버리고 망가짐을 택한 것은 표면적인 평가일 뿐, 그의 처절한 연기는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란 근사한 보상으로 돌아왔다.
캐릭터 위해 독하게 살찐 배우들 下에서 계속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