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이야기를 담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동굴벽화가 인도네시아에서 발견됐다. 최신 측정 방법을 동원한 결과, 벽화의 연대는 약 5만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인도네시아 국립 연구혁신청 및 호주 그리피스대학교 공동 연구팀은 5일 공식 채널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 벽화를 소개했다. 멧돼지가 그려진 이 벽화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남서부의 동굴에서 발견됐다.
해당 벽화는 지금껏 수많은 고대인 유물이 나온 인도네시아 카람푸앙 동굴(Leang Karampuang)에서 확인됐다. 야생 멧돼지와 주변에 인간 3명이 대치하는 듯한 상황을 담았다.

그리피스대 진화인류학자 애덤 브럼 교수는 "동굴벽화의 연대 측정 결과 적어도 약 5만1200년 전 그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인간과 멧돼지가 등장하는 이 벽화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구상예술(현실에 초점을 맞춘 예술) 또는 스토리텔링의 예시"라고 주장했다.
술라웨시 섬에서는 수만 년 전의 동굴벽화가 다수 발견돼 왔다. 지난 2019년 연구에서는 반인반수 형상의 사냥꾼이 그려진 벽화가 발굴됐다. 연대 측정 결과 당시로는 가장 오래된 약 4만4000년 전의 것으로 파악됐다.
2021년 발굴 조사에서는 이 지역에만 서식하는 술라웨시사마귀멧돼지(Sulawesi warty pig) 벽화도 나왔다. 2019년 벽화보다 더 오래된 최소 4만5500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애덤 브럼 교수는 "동굴벽화의 연대는 안료가 스민 층위에 물방울이 흐르며 형성되는 탄산칼슘 입자를 이용해 알아낸다"며 "연대가 다른 탄산칼슘 층이 우라늄 측정 시 균일화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레이저를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어 "정밀 측정 결과 카람푸앙 동굴의 새 벽화의 연대는 5만1200년 전으로 확인됐다"며 "새로운 측정 방법으로 2019년 반인반수 벽화를 재조사한 결과 그 연대 역시 4만8000년 전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인간이 회화를 통해 복잡한 이야기를 전달하는 능력을 언제 갖췄는지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동굴벽화가 전하는 이야기를 확실히 해석하기는 무리지만, 실제 멧돼지 사냥 또는 신화 등 뚜렷한 이야기가 담긴 벽화인 점은 분명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