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겨울이 끝나고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됐다. 한국 프로야구 구단들은 지난 3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팀당 144경기를 치르게 된다. 특히 144경기 중 절반인 72경기는 원정경기로, 지방 구단들은 최대 72일을 원정 지역의 호텔에서 묵게 된다.

이 때문에 프로야구계에서는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웃지못할 괴담이 떠돌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중부권에 위치한 도시의 호텔에 처녀귀신이 등장한다는 소문이다. 목격자도 꽤 많고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때문에 일부 구단은 인근 도시로 숙소를 옮기기도 했다. 나중에 일부 역술가는 실제 처녀 영가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어쨌거나 문제의 호텔은 현재 재개발로 사라진 상태다.

이런 문제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메이저리그에도 있다. 선수들 사이에 '유령 호텔'로 지목된 곳이 악명을 떨쳤다. 밀워키 브루어스의 홈인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피스터 호텔(Pfister Hotel)이 대표적이다.

피스터 호텔 전경 <사진=피스터 호텔 홈페이지>

1893년 개장한 피스터 호텔은 시내 중심에 위치한 4성급 호텔이다. 이 곳에서 가장 최근 유령을 목격한 선수는 2018년 세인트루이스 소속이던 투수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와 외야수 마르셀 오즈나다. 마르티네스는 자기 방에서 유령을 목격한 뒤 너무 놀라 다음날 공을 던지는 데 애를 먹었다며 유령을 원망했다. 당시 이 이야기는 많은 매체에 보도됐으며, 심지어 메이리리그 공식 홈페이지에도 올라왔다.

2001년에는 LA다저스의 슈퍼스타 에드리언 벨트레가 희생양이 됐다. 벨트레는 에어컨과 TV가 반복적으로 꺼졌다 켜졌으며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반대쪽 방에서 벽을 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내셔널즈의 강타자 브라이스 하퍼 역시 잠들기 전 탁자 위에 올려놓은 옷들이 다음날 아침 바닥에 떨어진 걸 보고 기겁했다. 심지어 탁자는 방의 반대편으로 옮겨져 있었다는 게 하퍼의 설명. 결국 너무 놀라 다른 층의 방으로 옮겨갔다.

신시내티 레즈의 브랜든 필립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파블로 산도발, LA다저스의 C.J.윌슨은 물론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지만 역시 유령을 목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최지만은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이상한 안개가 머리 위에 맴도는 것을 봤다고 전했다.

피스터 호텔 객실 내부 <사진=피스터 호텔 홈페이지>

이외에 많은 유령 목격담으로 인해 아직도 일부 선수들은 이 호텔에 묵는 것을 거부하거나 두 명씩 짝을 지어 방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피스터 호텔의 유령이 밀워키의 열성 팬이며, 상대 팀 선수들을 괴롭혀 홈팀 승리를 도우려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금도 일부 열성 축구팬들이 그러하듯, 호텔 운영 초기 일부 팬들이 상대 팀 선수의 수면을 방해하려고 호텔 문과 창문을 두드렸기 때문이다.

한편에선 호텔의 원래 주인 찰스 피스터가 밤마다 찾아온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일부 목격자는 자신을 피스터라고 믿는 남성 유령을 봤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밀워키 원정을 떠나는 선수들은 상대팀 전력말고도 신경써야할 것이 더 있다는 점에서 피스터의 유령은 제몫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채유진 기자 eugen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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