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영화계 거장 장이머우(장예모, 71)를 둘러싼 ‘국뽕 논란’이 재점화됐다. 외동딸 장모(장말, 38)와 함께 연출하는 영화 ‘저격수’가 원인이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 수 백 명을 저격한 실존인물을 다룬 이 영화는 중국 입장에서 애국영화일지 몰라도 명백한 미화라는 점에서 한국과 미국 등 전쟁당사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지난 6일 공식 크랭크인한 영화 ‘저격수’는 장예모와 장말 부녀가 공동제작하는 한국전쟁 영화다. 장예모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대규모 전쟁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장다오팡(장도방). 실존인물인 그는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저격능선 전투에서 실탄 436발을 쏴 연합군 214명을 저격, 중국인들의 찬양을 받아왔다. 

배우 장혁, 곽재용 감독과 장이머우 <사진=영화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프로모션 스틸>

‘저격수’는 지난해 영화 제작 정보가 돌 무렵부터 한국전쟁 관련국가들의 강한 반감을 샀다. 장다오팡은 중국인들의 영웅이더라도 침략전쟁의 피해자인 한국과 파병국가들 입장에선 철천지원수나 다름없다.

더욱이 ‘저격수’의 메가폰을 장예모 부녀가 잡았다는 점은 그의 영화에 심취했던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장예모는 ‘진용’(1989), ‘국두’(1990), ‘홍등’(1991), ‘귀주 이야기’(1992), ‘인생’(1994), ‘책상 서랍 속의 동화’(1999), ‘집으로 가는 길’(1999), ‘영웅:천하의 시작’(2002) 등 숱한 명작으로 거장이란 칭송을 받아왔다. 베니스와 칸, 베를린 등 해외 3대 예술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전쟁을 다룬 영화 '고지전'의 한 장면. 장다오팡과는 관련없음 <사진=영화 '고지전' 스틸>

장예모가 이른바 국뽕 영화 제작에 손을 댔고, 딸까지 동원했다는 사실에 반감을 표하는 영화팬이 적잖다. 지난해 이 영화의 제작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에서는 대번에 “거장에서 국뽕 연출자로 추락한 장예모” “성룡 뒤를 잇는 문화예술의 변절자”란 쓴 소리가 쏟아졌다. '5일의 마중'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은 장예모 감독이기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영화팬도 많다. 미국을 비롯해 한국전쟁에 수많은 젊은이들을 파병했던 국가들의 심기 역시 불편하다. 

장예모의 딸 장말은 1983년 산시성 출신으로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건축학부를 졸업했다. 뉴욕대학교에서 영화제작을 공부하고 장예모 밑에서 수년간 스태프와 조감독을 맡았다. 2016년 판타지 러브 코미디 ‘28세 미성년’으로 감독 데뷔했다. 

논란의 영화 ‘저격수’는 올해 개봉을 예정했다. 출연진과 촬영 일정 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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