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소련의 식인귀 안드레이 치카틸로는 역사가 기억하는 가장 잔혹한 살인마다. 1978년부터 1990년까지 그는 아이와 여성 등 무려 52명을 살해했고 장기와 살을 도려내 먹어치웠다. 병리학적 카니발리즘의 전형을 보여준 그의 범죄행각은 대담하고 거친 프로 수사관들조차 두려워 떨게 했다.

가정을 해보자. 만약 당신이 수사관이고, 안드레이 치카틸로는 아직 검거되지 않았다. 신경이 잔뜩 예민해진 당신은 어떻게든 그를 잡고 싶을 것이다. 치카틸로가 어두운 거리를 배회하며 다음 표적을 노린다는 상상만으로도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를 감옥에 집어넣고 싶지 않겠는가.

다행히도 치카틸로는 1990년 붙잡혔다. 유족이 보는 앞에서 재판을 받았고 사형이 언도됐다. 1994년 2월 14일 처형됐다. 범죄 전문가들은 그의 엽기적 행각을 분석해 다른 유형의 연쇄살인에 대비하려 했다. 이 중에는 그의 살인 사이클에 숨겨진 비밀을 캐낸 사람도 있다.

재판 당시의 안드레이 치카틸로 <사진= HistoryTV 러시아 유튜브 공식계정 영상 캡처>

치카틸로의 살인 사이클을 풀어낸 영웅은 전자공학박사였다.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분교(UCLA) 미하일 심킨 박사와 그의 동료 로이코프더리 박사는 치카틸로가 저지른 모든 살인을 확률적으로 분석했다. 박사는 그가 12년간 실행에 옮긴 범행을 그래프로 그렸는데 계단 형식으로 나타난 이 그래프에 ‘악마의 계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흥미로운 것은 미하일 박사가 치카틸로의 범죄주기를 파헤치기 전에 세운 가설이다. 이에 따르면 연쇄살인범의 뇌 속의 뉴런(신경세포)이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격렬하게 흥분하고, 이를 이기지 못해 살인을 저지른다. 박사는 뉴런의 흥분작용이 간질과 비슷하다고 봤다.

미하일 박사는 살인마의 뇌 속 뉴런이 흥분하는 주기는 일정한 규칙을 따른다고 가정했다. 사람을 죽인 뒤에는 일종의 진정효과 때문에 뉴런의 흥분이 잦아들고, 시간이 지날수록 흥분치가 누적된다. 이것이 정해진 기준을 넘어설 경우 또 다시 살인을 한다는 게 미하일 박사의 설명이다. 박사는 치카틸로가 한때는 뜸하게 범행을 저질렀고, 어떤 때는 단기간에 여러 명을 살해한 것으로 보아 뇌 속 뉴런에 전달된 흥분의 양이나 정도가 때때로 달랐다고 생각했다. 때문에 그는 확률분포를 이용해 그의 살인 사이클을 조사했다. 

박사는 "물론 확률을 통해 꼭 범인을 색출할 수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다만 용의선상에 있는 사람의 지난 범죄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다음 살인이 언제 어디서 벌어질 지 짐작 가능하다. 이는 추가 희생자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안드레이 치카틸로는 ‘연쇄살인은 자본주의 국가의 병폐’라던 구소련 지도자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충격적인 범죄행각을 벌였다. 치카틸로는 살해한 소녀의 혀를 스테이크라도 되는 것처럼 구워 먹었다고 법정에서 진술해 사람들을 경악하게 했다. 울부짖는 유족 앞에서 하품을 하는 전형적 사이코패스가 치카틸로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유년시절 불화가 심한 부모 밑에서 자라면서 심리적으로 비뚤어졌다고 분석했는데, 범죄에 발을 들인 정확한 이유는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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