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는 인간이 길들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개가 됐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개는 먼 옛날 인간이 늑대를 가축화해 현재에 이른 것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 위스콘신대학교 데이비드 엘징가 교수 연구팀은 2월 말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공개했다. 늑대의 진화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연구팀은 개로 변모하는 데 걸린 시간도 그간의 생각보다 짧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인간과 가장 친밀한 동물인 개는 늑대의 후손으로 생각돼 왔다. 동물학자들은 늑대가 개로 변한 과정을 두 시기로 나누는데, 첫 번째 변화는 3만 년 전에서 1만5000년 전 사이에 일어났다고 본다. 두 번째 가축화는 1만5000년 전부터 현재까지 사이에 진행됐다는 것이 유력한 가설이다.

늑대는 인간에 의해 온순하게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자기가축화를 거쳐 개가 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데이비드 교수는 "이 두 번째 가축화야말로 가장 논란이 많은 부분"이라며 "인간이 온순한 늑대의 새끼를 골라 교배했다는 설이 힘을 받아왔지만 늑대가 개로 진화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느냐 등 반론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의문을 풀기 위해 인간이 얼마나 많은 음식을 늑대에게 나눠줬는지, 또는 순한 늑대끼리 얼마나 교배했는지 여러 조건을 설정하고 컴퓨터로 1만5000년 동안의 진화 양상을 살폈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불과 8000년 만에 늑대가 개로 진화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의 시뮬레이션에서 늑대가 8000년 만에 개가 될 확률은 최소 37%, 최대 74%로 나타났다. 시뮬레이션 결과가 맞는다면 늑대가 개가 되는 데 걸린 시간은 그간의 가설보다 7000년이나 앞당겨진다.

개가 늑대가 되는 과정이나 진화에 걸리는 시간 등을 두고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다. <사진=pixabay>

데이비드 교수는 "늑대는 인간에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개로 진화했을 가능성도 있다"며 "이는 일부 동물에서 나타나는 자기가축화(self-domestication)로, 얌전하고 인간에 우호적인 개체가 살아남아 계속 번식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처음에는 인간이 남긴 음식을 얻어먹을 목적이었겠지만 서로를 필요로 한 결과 개로 변모했을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늑대가 개가 된 계기는 물론 진화에 걸린 시간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학계는 이번 연구가 늑대와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앞으로의 연구에서 DNA 분석이나 고고학적 조사가 추가되면 늑대가 개가 된 자세한 경위가 파악될 것으로 학자들은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