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내핵의 회전 속도가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여러 학자가 비슷한 주장을 내놨지만 새로운 조사는 지진 데이터를 통한 확실한 증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미국과 중국 지구물리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14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약 30년간 관측된 지진 데이터 약 120건으로부터 지구 내핵의 회전 속도가 줄어든 정황을 파악했다고 전했다.

지구는 맨 바깥쪽의 지표면과 그 안쪽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된다. 지표면에서 약 2900㎞까지 이어지는 맨틀을 지나면 액체 층의 외핵과 고체로 생각되는 내핵이 차례로 분포한다.

연구팀은 남대서양 사우스조지아 사우스샌드위치 제도 주변에서 1991~2023년 관측된 지진 121회의 정보를 분석했다. 이 기간 이뤄진 핵실험에 의한 진동 데이터도 들여다본 연구팀은 일부 학자가 주장한 것처럼 내핵의 회전이 실제 느려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구의 핵. 덴마크 과학자 잉에 레만은 지진파 분석 중 지구의 핵이 2중 구조라고 추측했다. <사진=pixabay>

미국 남가주대학교 지구과학자 존 비데일 교수는 "지구 내핵의 속도 변화를 시사하는 지진계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당황했다"며 "같은 패턴을 보여주는 데이터가 20개나 더 발견됐기 때문에 지구 내핵의 속도 변화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지구 내핵의 회전이 최근 수십 년간 감속한다고 생각하는 과학자는 전에도 있었다. 다만 이를 입증할 확실한 정보가 부족했다. 이번 연구야말로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이라는 게 연구팀의 자체적인 평가다.

존 비데일 교수는 "지구 내핵은 초고온·초고밀도의 철과 니켈 덩어리로, 달의 3분의 2 정도의 크기로 생각된다"며 "지구 내핵이 있는 것은 맨틀 아래 외핵보다 지하인 약 4800㎞이기 때문에 정확한 조사가 이뤄지기는 어렵다"고 전제했다.

지진파를 분석하면 지구 내부의 상황을 추측할 수 있다. <사진=pixabay>

그는 "맨틀에 대해 알아볼 유력한 정보는 지진파"라며 "일반적으로 지진파의 속도는 지구 내부의 상황에 따라 좌우되므로 파장이 전달되는 양상을 조사하면 내핵의 상황도 대략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 내핵의 회전 속도는 2010년경 떨어지기 시작했다. 주된 원인으로는 지구 자기장을 만들어 내는 외핵의 끊임없는 움직임이나 중력이라고 연구팀은 추측했다.

존 비데일 교수는 "지구 내핵의 회전속도 변화가 인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금은 확실하지 않다"며 "사실 내핵의 속도 변화는 물론 반전이나 흔들림도 이따금 일어난다. 이런 변화는 지구 자전축을 중심으로 8.5년 주기로 일어난다는 조사 결과가 지난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달의 핵 구조와 구성 물질이 지구와 흡사하다는 연구 결과도 지난해 나왔다. <사진=pixabay>

이어 "내핵의 회전 속도 저하로 낮과 밤의 길이가 아주 조금 달라질 수는 있다"며 "인간이 거의 눈치채지 못하는 1000분의 1초 단위겠지만 이번 연구로 지구 내부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은 확실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구 내핵에 대한 상식을 뒤집는 연구 결과는 최근 계속되고 있다. 중국 베이징대학교 연구팀은 지구 내핵이 회전을 멈출 수 있으며, 그 활동이 일정 주기로 그네처럼 요동친다는 가설을 지난해 1월 내놨다. 연구팀은 지구 내핵이 일시적으로 회전을 멈췄고, 향후 역회전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는 지난해 5월 달의 내핵은 지구처럼 밀도가 철에 가까운 고체라고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교 연구팀은 5개월 뒤 낸 조사 보고서에서 단단하다고 여겨졌던 철과 니켈 재질의 지구 내핵이 생각보다 훨씬 부드러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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