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초원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육각형 피라미드에 대한 학자들의 연구가 3개월째 활발하다. 학계는 이집트에 비해 피라미드의 높이가 현저하게 낮은 이 구조물의 정체가 아직 불분명하며, 신분이 높은 인물의 무덤이라고 보고 있다.

유라시아국립대학교(ENU)는 4일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 8월 카자흐스탄 동부 유라시아 초원 키리쿤기르 톡타미스 마을 인근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 육각형 피라미드의 조사 경과를 발표했다.

돌을 약 3m 높이로 쌓아 만든 이 피라미드는 상공에서 보면 외벽이 정육각형을 이룬다. 이런 형태의 피라미드가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내벽은 중심부에 있는 무덤으로 이어지는 미로처럼 구성된다.

드론으로 촬영한 육각형 피라미드. 이런 형태의 피라미드가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사진=유라시아국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지금까지 연대 측정 결과 이 피라미드는 약 3800년 전 구석기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생각된다. 육각형을 구성하는 6개 꼭짓점에는 무게 1t가량의 거대한 돌이 놓였다.

조사 관계자는 "석재 구조물의 일부는 과거 흙에 파묻힌 흔적이 있다"며 "석재 위에 거대한 지붕이 있었는지, 아니면 피라미드가 완전한 개방형인지 현재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육각형 피라미드를 현장 조사하는 유라시아국립대학교 학생들 <사진=유라시아국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이어 "육각형 피라미드의 외벽에는 말과 낙타 등 다양한 동물이 새겨졌고 피라미드 주변에서 말 뼈가 다수 발견됐다"며 "이를 통해 청동기시대 이 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여러 동물을 키웠으며,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말을 숭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NU에 따르면, 3개월간의 현장 발굴과 유구 분석 과정에서 정교한 도자기류와 황금 귀걸이, 귀금속이 사용된 장신구가 발견됐다. 피라미드 중심에는 돌로 꾸민 무덤 흔적이 남아 있지만 아직 사람의 뼈는 나오지 않았다.

육각형 피라미드의 각 변은 돌을 쌓아 올려 구성했다. 각 꼭짓점에는 무게 1t의 거석이 세워졌다. <사진=유라시아국립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조사 관계자는 "유라시아 대초원에서 육각형 피라미드가 확인된 적이 없었던 만큼 이곳은 역사·고고학적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평가를 위해 다양한 국가의 학자들에게 자료를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라시아 초원에서는 이전부터 피라미드가 여럿 발견돼 학계 관심을 받았다. 2016년에는 이집트 피라미드보다 오래된 기원전 3000년 무렵의 석재 피라미드가 발굴됐다. 높이는 약 2m로 카자흐스탄에 조성된 피라미드 대부분이 야트막하게 조성된 것으로 학자들은 추측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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