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초자연현상, 특히 심령현상을 제대로 연구하는 대학이 있다. 학과까지 개설하고 심령현상에 대응할 전문가를 오랜 세월 키워온 이곳은 이름도 유명한 영국 에든버러대학이다.
영어권에서 여섯 번째로 긴 역사를 자랑하는 에든버러대학은 케스틀러(koestler)라고 명명된 초심리학연구소를 갖고 있다. 이곳은 유체이탈, 심령출몰, 사이코키네시스(염력) 등 초감각적지각(extrasensory perception, ESP)을 집중 조사한다.
초심리학이란 자연의 법칙이나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케스틀러 초심리학연구소는 현존하는 가장 진보된, 그리고 역사와 지식을 많이 가진 기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에서는 폴터가이스트 등 주변의 기묘한 현상에 대해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한다. 초자연현상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초심리학이 학문으로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연구되는지 체험할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여파에 대비해 온라인 강의도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에든버러대학이 초심리학을 연구한 건 벌써 1960년대 일이다. 1962년, 세계 대학 중 최초로 초심리학연구소를 설립하고 학생들을 모집했다. 심리학 권위자였던 존 벨로프 박사가 초심리학의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것이 케스틀러 초심리학연구소의 기초다. 박사는 1985년 정년퇴임할 때까지 에든버러대학에서 초심리학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벨로프 박사의 연구는 헝가리 출신 영국 작가 아서 케스틀러에 깊은 감명을 줬다. 그와 아내 신시아는 대학에서 초심리학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며 재산까지 털어 기부했다. 이들 부부는 지금까지 알려진 이외의 방법으로 초능력을 증명해주길 바랐다.
일테면 넷플릭스의 ‘기묘한 이야기’ 속 일레븐이 보여주는 초능력을 학문적으로 증명해달라는 게 부부의 요구였다. 극중 일레븐이 주로 사용하는 사이코키네시스는 거대한 물건도 쉽게 들어올리고 공격까지 가능한 가공할 능력이다.
케스틀러 부부의 기부에 의해 자금이 넉넉해진 연구소는 간즈펠트(ganzfield) 효과를 사용해 ESP나 염력 연구를 진행했다. 컴플리트 필드(complete field, 완비체)라고도 하는 간즈펠트 효과는 지각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완만한 지각 격리 수단으로, 개인 텔레파시나 초감각적 체험을 조사하기 위해 초심리학 세계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다.
간즈펠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은 의외로 간단하다. 텔레파시를 보내고 받을 피실험자 2명을 뽑고, 이들을 각기 다른 방에 대기시킨다. 송신자에게 임의로 이미지와 동영상을 보여준 뒤 이를 다른 방의 수신자에게 보내라고 한다. 보호안경을 쓰고 화이트노이즈를 들으며 기다리던 수신자는 마음에 떠오른 이미지를 종이에 그린다. 두 사람 사이의 이미지가 일치할 경우 텔레파시가 인정된다.
실로 진지하게 ESP를 대하는 케스틀러 초심리학연구소는 전조나 예지몽, 사후세계나 환생까지 연구하고 있다. 에든버러대학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케스틀러 초심리학연구소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11주짜리 온라인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