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지구와 여러모로 다른 환경을 갖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중력이다. 우주 공간에 머물며 임무를 수행하는 비행사들은 무중력 탓에 각종 신체 변화를 겪는다. 이에 대비한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물침대를 동원한 기상천외한 실험에 나섰다.
ESA는 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달 실시된 일명 ‘워터 베드(Water Bed)’ 실험의 진행 경과를 공개했다. 물침대를 활용한 이 실험은 우주비행이 사람 몸에 주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정식 명칭은 건식 침지 연구(dry immersion study)다.
프랑스 툴루즈에 자리한 메디즈 우주 클리닉(Medes space clinic)에서 진행된 이 실험에는 오직 여성만 참가했다. 여성 비행사가 무중력 공간에서 받는 영향을 알아내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ESA는 지난해 남성들로만 구성된 워터 베드 실험을 먼저 진행했다.
연구팀은 커다란 욕조 같은 탱크에 물을 채우고 그 위를 방수포로 덮었다. 이후 피실험자들을 천천히 방수포 위에 눕혀 몸이 균일하게 둥둥 뜬 상태를 유지하게 했다. 흉부와 두 팔, 머리를 제외한 나머지 신체 부위는 방수포 밑 물속에 노출시켰다.
ESA 관계자는 “이는 우주비행사들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무중력 공간에 떠 있는 것과 거의 비슷한 경험”이라며 “사람이 어떤 것에도 의지할 수 없이 공중에 붕 뜬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실험자들은 이 상태로 누워 최대 5일을 지냈다. 하루 대부분을 탱크 안에서 움직임이 제한된 상태로 보냈다. 고개는 수평보다 약 6° 뒤로 젖혀졌고 시선은 천장을 향한 채 고정했다. 식사를 할 때는 음식물을 넘기기 위해 작은 베개만 허용됐다. 연구팀은 오전 7시 소변 및 혈액을 채취하고 체액이나 관절 가동성 등 신체 변화를 면밀하게 체크했다.
실험 관계자는 “무중력 상태에서 비행사들은 근육과 골밀도를 잃고 유체는 뇌 쪽으로 이동하며 시력이 떨어지는 등 많은 변화를 겪는다”며 “우리 몸은 우주 공간에 맞게 설계되지 않아 무중력에서 건강을 유지할 방법을 찾는 것은 우주 연구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ESA는 총 20명의 여성 피실험자들로부터 얻은 각종 정보를 분석해 무중력 연구에 활용할 예정이다. 실험 관계자는 “이번 연구 결과를 지난해 데이터와 연결해 분석하면 우주인 성별은 물론 나이, 체중, 인종, 혈액형별 무중력 대책을 세울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우주 공간에서 사람이 건강을 유지할 방법을 고안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워터 베드 연구는 비단 우주뿐 아니라 뇌 손상 등으로 오랜 시간 침대에 누운 환자나 고령자 치료방법 개선에도 좋은 힌트가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