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왜성의 대기에서 세슘이 처음 검출됐다. 백색왜성은 태양과 같은 가벼운 항성이 죽음을 맞기 전 단계로, 그 대기는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다는 게 학계의 생각이었다.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는 15일 공식 채널을 통해 백색왜성 ‘HD 149499B’의 대기에서 세슘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백색왜성은 직경이 지구 정도지만 질량은 태양과 비슷한 고밀도 천체다. 표면 중력이 아주 강한 백색왜성은 중력에 인해 표면에서 원소 분리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STScI는 “백색왜성 자체는 항성일 때 벌어진 핵융합 반응으로 생긴 산소와 탄소가 존재하는 반면 표면에는 수소와 헬륨으로 된 대기가 존재한다고 여겨져왔다”며 “가벼운 원소인 수소나 헬륨은 백색왜성의 표층부에 존재할 수 있는 반면, 그보다 무거운 원소는 강한 중력에 이끌려 백색왜성 내부로 파고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구 정도의 크기에 태양만큼의 질량을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백색왜성. 이론상 대기는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돼야 하지만 최근 연구에서 무거운 원소들이 연이어 검출되고 있다. <사진=pixabay>

STScI의 설명대로 원칙적으로는 백색왜성 대기는 수소와 헬륨으로 구성된다. 다만 ‘HD 149499B’의 사례처럼 실제로는 고온의 백색왜성 대기에 수소와 헬륨 이외의 무거운 원소가 발견돼 왔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는 십여 종 확인됐고, 2005년 백색왜성 세 개에서는 게르마늄이 특정됐다.

원자번호 55번 원소 세슘이 검출된 ‘HD 149499B’는 표면 온도가 약 5만℃에 달하는 뜨거운 백색왜성이다. 백색왜성 대기에서는 처음 확인된 세슘은 ‘HD 149499B’의 대기 중 헬륨의 수만 분의 1 정도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래 백색왜성의 강한 중력은 무거운 원소를 대기에서 끌어내려 천체 본체로 가라앉게 한다. 그럼에도 존재하는 일부 무거운 원소들의 공급원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는데, 최근 연구에서 백색왜성에 충돌한 암석행성 또는 그 잔해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STScI는 “모든 백색왜성에서 암석행성의 충돌이 일어났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백색왜성의 대기 중에 무거운 원소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천체 본연의 강한 중력에 버티면서 원소를 띄울 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 전제했다.

2015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플러·K2 미션에서 확인된 백색왜성의 상상도. 암석 행성의 잔해가 백색왜성 표면에 부스러기를 공급하는 형태의 백색왜성이 관측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사진=하버드-스미스소니안 천체물리학 센터 (CfA) Mark A. Garlick>

현재 학자들은 백색왜성 대기에 무거운 원소를 띄울 유력한 원인으로 방사 부양(radiative levitation)을 꼽는다. STScI는 “원자는 백색왜성 같은 뜨거운 천체에서는 이온화돼 평소보다 광자를 쉽게 흡수한다”며 “흡수된 광자 에너지 일부가 원자의 운동 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원자가 차올라 대기 중에 존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현상은 무거운 원소일수록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며 “방사 부양을 통한 광자 흡수는 파장이 짧을수록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파장이 짧은 광자를 많이 방출하는 뜨거운 백색왜성이라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방사 부양은 백색왜성 대기에서 무거운 원소가 발견되는 이유들 중 가장 설득력이 있지만 실제 관측 결과는 아직 없다. 학자들은 향후 관측을 통해 이 현상이 증명된다면 백색왜성 대기 구성의 수수께끼가 풀릴 수 있다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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