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브로맨스 드라마들이 공산당의 서슬 퍼런 규제를 피해 바다를 건너고 있다.

톱스타 뤄원씨(라운희, 33)와 첸페이유(진비우, 21) 주연 드라마 ‘호의행(皓衣行)’은 최근 텐센트 태국 위티비(WeTV Thailand) 공식 페이스북이 공개한 신작 라인업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호의행’은 올봄 공산당 기관지들이 브로맨스 드라마에 대한 비판적 논평을 낸 직후 방송이 미뤄졌다. 결국 공산당은 8월 말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문화·연예계 규제에 나섰고 9월부터는 브로맨스 드라마에 대한 본격적인 가위질이 시작됐다.

태국 위티비 라인업에 등장한 브로맨스 드라마 '호의행' <사진=드라마 '호의행' 공식 포스터>

방송 시점이 요원하던 ‘호의행’이 태국 위티비 신작 라인업에 올라오면서 브로맨스 드라마들이 해외로 눈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드라마의 사장을 막기 위해 제작자들은 제목을 바꾸거나 브로맨스 색깔을 빼고 있는데, 이마저도 불가능할 경우 해외 시장을 두드린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인기 스타 징보란(정백연, 32)과 송웨이롱(송위룡, 22)이 출연한 ‘장공안(張公案)’은 타이틀을 ‘군자맹(君子盟)’으로 바꾸고 브로맨스 요소를 덜어 분량을 30회에서 29회로 축소한 끝에 심의를 통과했다.

‘호의행’은 어지간한 가위질로는 작품 색깔을 바꿀 수 없는 브로맨스 드라마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제목이나 일부 설정, 장면을 수정해도 브로맨스 색깔을 뺄 수 없는 드라마는 해외 방송이 답”이라며 “‘호의행’의 태국 위티비 방송을 계기로 많은 작품이 동남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장공안'의 수정 전 공식 포스터 <사진=드라마 '장공안' 공식 포스터·웨이보>

이 관계자는 “현재 중국 문화·연예계에 불어닥친 규제 바람은 자국민이 타깃으로,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위한 노림수로 볼 수 있다”며 “공산당이 브로맨스 드라마의 해외 방송까지 차단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덧붙였다.

중국 인터넷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브로맨스 드라마들은 남성 주인공 사이의 로맨스를 부각한 것이 특징이다. 왕이보(이보, 24)와 샤오잔(초전, 30)의 ‘진정령’과 꽁쥔(공준, 29), 장저한(장철한, 31)의 ‘산하령’이 대표적이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는 대륙을 넘어 한국이나 일본에도 많은 팬을 거느렸으나 올봄 ‘산하령’ 방송 직후 상황이 일변했다. 지난 9월 구체적인 정부 규제안이 발표됐고 인기 브로맨스 드라마의 원작 소설로 알려진 작가 프리스트(Priest)의 ‘진혼’ ‘천애객’이 인터넷 소설 사이트에서 갑자기 삭제됐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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