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약 55억 광년 떨어진 거대 은하 LRG 3-757의 중심부에서 태양의 360억 배 질량을 가진 극대질량 블랙홀(ultra massive black hole)이 발견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이런 내용을 담은 관측 보고서를 최근 공개했다. 해당 블랙홀은 아인슈타인 고리(Einstein ring), 즉 중력렌즈에 의해 만들어지는 고리 형태의 상 코스믹 호스슈(Cosmic Horseshoe)로 유명한 은하 LRG 3-757에 자리한다.

중력렌즈는 은하나 항성의 중력이 렌즈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현상이다.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주위의 시공간을 왜곡하는데, 이를 통과하는 빛의 진로도 휘어진다. 그 결과, 은하나 항성의 뒤에 숨어 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머나먼 천체가 나타나기도 한다.

허블우주망원경이 2007년 촬영한 코스믹 호스슈. 이 중력렌즈가 나타나는 은하 LRG 3-757의 중심부에서 극대질량 블랙홀이 관측됐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2007년 관측된 코스믹 호스슈는 말 그대로 말발굽에 부착하는 편자 모양이다. 워낙 아름다워 우주 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어 왔는데, 코스믹 호스슈가 발생하는 LRG 3-757 은하 중심에서 극대질량 블랙홀이 확인됐다.

NASA 관계자는 "초발광적외선은하 LRG 3-757은 상당히 커서 질량이 우리은하의 약 100배로 추측된다"며 "태양의 360억 배 질량을 가진 LRG 3-757 중심부의 극대질량 블랙홀은 엄밀한 정의는 아직 없지만 태양 질량의 50억 배 이상의 것을 총칭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LRG 3-757의 은하 벌지(galactic bulge), 즉 중앙 팽대부의 수많은 별들의 속도분산(은하 속 개개의 별이 움직이는 속도가 은하의 평균 속도에 비해 나는 차이) 및 극대질량 블랙홀의 질량과 관계가 고찰됐다. 속도분산이 클수록 별들은 빠르고 무작위로 이동한다는 의미이며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또한 크다.

극대질량 블랙홀의 상상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NASA 관계자는 "LRG 3-757 중심의 극대질량 블랙홀은 속도질량의 법칙을 아득히 벗어날 만큼 엄청난 규모"라며 "이런 엄청난 블랙홀이 존재하는 이유는 대략 3가지로 추측된다"고 전했다.

학자들이 세운 첫 번째 가설은 LRG 3-757이 화석은하군의 일부일 가능성이다. 화석은하군이란 중심에 매우 큰 은하가 존재하는 대형 은하군으로 초기 은하 합체의 잔해로 알려져 있다.

두 번째는 스카울링이다. LRG 3-757 은하가 다른 은하와 합쳐져 중심부 별들의 속도분산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다. 이렇게 되면 은하 중심부에 있던 별들이 쫓겨나 별의 속도분산이 떨어지는 반면 블랙홀의 질량은 거의 변하지 않는다.

우주의 약 3분의 1을 촬영하게 될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사진=ESA 공식 홈페이지>

마지막은 활동은하핵 피드백이다. 은하 중심의 초대질량 블랙홀 중에서도 특히 활발하게 물질을 삼키는 것을 활동은하핵이라고 한다. 여기서는 강력한 제트가 분출되는데, 이는 별의 형성을 방해하고 은하 중심부의 구조를 바꿔버린다. 이것이 초대질량 블랙홀의 성장과 속도분산의 연결고리를 깼다고 학자들은 봤다.

NASA 관계자는 "극대질량 블랙홀의 일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한 비교 모델이 필요하다"며 "2023년 발사된 유럽우주국(ESA)의 유클리드 우주망원경 관측에 따라 그 해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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