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외선을 쬐면 형광빛을 내는 포유류가 학자들의 생각 이상으로 많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기에는 사람들과 오랜 세월 함께 지내온 고양이까지 포함됐다.

호주 커틴대학교와 서호주박물관(WAM) 공동 연구팀은 6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자외선 아래에서 형광빛을 내는 포유류 125종이 새로 특정됐다고 전했다.

형광빛은 형광물질이 빛 등 에너지를 흡수하고 이를 다시 방출하면서 발생한다. 긴 파장의 자외선과 극소량의 가시광선으로 구성되는 블랙라이트(blacklight) 밑에서 흰색 셔츠가 빛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자외선 때문에 셔츠에 사용된 형광 물질이 빛나기 때문이다.

자외선을 쬐면 빛을 내는 포유류들. (a)북극곰 (b)남부주머니두더지 (c)빌비 (d)산얼룩말 (e)웜뱃 (f)여섯띠아르마딜로 (g)오렌지잎코박쥐 (h)반디쿠트 (i)표범 (j)팜시벳 (k)붉은여우 (l)난쟁이돌고래 <사진=커틴대학교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 관계자는 "동물의 경우 털이나 비늘, 피부에 포함된 단백질이나 색소가 자외선에 의해 빛을 발할 수 있다"며 "학계는 이런 동물이 새나 물고기, 양서류, 파충류, 산호의 일부이며, 포유류는 극히 드문 것으로 여겨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웜뱃과 오리너구리, 삵 등 포유류도 형광빛을 내뿜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며 관련 조사가 활발해졌다"며 "우리 조사에서는 무려 포유류 125종이 형광빛을 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살아있는 동물 대신 박물관에 보존된 표본을 중심으로 조사 활동을 펼쳤다. 새로 확인된 포유류 125종 중 86%는 털에서 형광빛을 냈다. 나머지는 수염이나 가시, 피부, 이빨이나 발톱 등에서 형광빛이 발생했다.

자외선을 받으면 형광빛을 내는 동물 중에는 고양이도 포함됐다. <사진=pixabay>

조사 관계자는 "주머니쥐와 태즈메이니아주머니늑대, 코알라 등 호주에서 볼 수 있는 동물은 물론, 인간과 아주 오랜 세월 함께 생활한 고양이까지 자외선을 받으면 형광색을 낸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흰색이나 밝은색 계열의 털이 주로 형광빛을 내며, 검은 색소가 섞인 털은 형광빛을 좀처럼 내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야행성 동물, 수중에 사는 포유류의 경우에도 형광빛을 거의 내지 않았다. 

조사 관계자는 "포유류 일부가 애초 왜 형광빛을 발하는지는 여전히 학자들이 풀어야 할 수수께끼"라며 "동료들과 소통하거나 구애 대상에게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라는 가설이 있지만 모두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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