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 즉 세균을 잡아먹는 바이러스를 이용한 강력한 식품 살균 스프레이가 등장했다.

캐나다 맥마스터대학교 연구팀은 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된 논문에서 무수한 박테리오파지를 서로 연결한 살균 공법을 소개했다.

줄여서 파지로도 부르는 박테리오파지는 인체에 무해하지만 세균 입장에서는 감염될 경우 무자비한 파괴력을 발휘하는 무서운 바이러스다.

연구팀은 이 파지를 작은 구슬에 압축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지름 약 20마이크로미터(㎛), 즉 0.02㎜의 구슬을 파지로 가득 채워 대장균에 적용하는 실험에서 강력한 살균 효과를 확인했다.

세균에 접촉해 파괴하는 바이러스 '박테리오파지'의 이해를 돕는 일러스트 <사진=TED 유튜브 공식 채널 영상 'How a long-forgotten virus could help us solve the antibiotics crisis | Alexander Belcredi ' 캡처>

바이러스를 활용해 세균을 박멸하는 아이디어는 사실 새로운 것은 아니다. 박테리오파지 기술은 오래전부터 유망한 분야로 연구가 활발했다. 다만 1940년대 항생제가 개발되면서 박테리오파지에 관한 학계 관심이 시들해졌다.

박테리오파지가 최근 다시 각광받는 이유는 슈퍼 버그, 즉 항생제에 적응한 내성균의 증가다. 슈퍼 버그는 항생제 남용의 결과로, 어떤 종류의 항생제에도 내성을 갖기 때문에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연구팀 관계자는 “파지 스프레이는 화학적으로 파지들을 겔 형태의 구슬처럼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이전부터 연구되던 이 방법에 따라 파지는 아주 작은 레고 블록처럼 결합해 세균을 효과적으로 사냥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지는 조직화된 자연스러운 구조 덕분에 내구성이 높고 패킹 및 보관도 용이하다”며 “ 위력은 실로 대단해 표적 세균에 접촉하면 연쇄 반응하듯 증식, 살균력이 폭발적으로 커진다”고 덧붙였다.

막마스터대학교 연구팀은 향후 박테리오파지 스프레이를 사람이 쓰는 살균제로도 응용할 예정이다.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파지 스프레이의 살균력은 항생제보다 강하며 표백제도 능가하는 수준이다. 특히 목표물이 되는 세균 외에 맛이나 향, 식감과 연관된 유익균 등은 건드리지 않는 표적 살균이 가능하다.

연구팀 관계자는 “까다로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이미 식품에 파지 스프레이 사용을 승인했다”며 “신개발 파지 소독 스프레이가 실제로 판매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겔 형태로 파지를 연결하는 방법을 응용하면 살모넬라균과 리스테리아균 등 식중독을 일으키는 다른 세균용 스프레이도 만들 수 있다”며 “사람의 손나 관개용수 및 관련 설비 소독 등 광범위한 살균제로도 얼마든 응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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