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인종 다양성은 이미 구석기시대 말부터 시작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공동 연구팀은 24일 국제 학술지 ‘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이 같은 내용의 논문을 게재했다.

연구팀은 잉글랜드 남서부 서머싯 고프 동굴과 북웨일스 켄드릭 동굴에서 각각 발견된 고대 인류의 뼈 분석 결과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간은 두 개 이상의 서로 다른 집단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과정에서 각 동굴에서 발견된 뼈는 모두 약 1만년에서 2만년 전 구석기 시대 말기 영국 지역에 살았던 인간의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관계자는 “약 1~2만년 전 영국으로 이주한 인류의 발자취는 역사학자들에게 오랜 수수께끼였다”며 “여러 연구에 따르면 영국에는 약 4만4000년 전 이미 현생 인류가 이주했는데, 정착한 인류의 기록에는 여러 공백이 있다”고 설명했다.

고프 동굴과 켄드릭 동굴에서 발견된 고대 인류의 뼈 <사진=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공식·영국 국립 런던 자연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

당시 상황을 해명하기 위해 연구팀은 고프 및 켄드릭 동굴에서 발견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인골 DNA를 해석하고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을 시도했다.

그 결과 약 4만4000년 전 영국 지역으로 유입된 고대 인류는 빙하기 무렵 등 특정 연대에 몇 차례 정착지에서 쫓겨난 것으로 연구팀은 추측했다. 고프 동굴과 켄드릭 동굴의 인간 뼈는 정착지를 잃었다가 수만 년 만에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것이라는 결론이다.

조사 관계자는 “고프 동굴의 뼈는 약 1만4900년 전 살았던 여성의 것으로 판명됐다. 여성의 조상들은 1000여 년 전에 북서유럽으로 이주해 온 최초의 사람들로 추측됐다”고 말했다.

이어 “켄드릭 동굴의 뼈는 이 여성과 무관하며 약 1만3500년 전 살았던 남성의 것”이라며 “수렵채집을 한 사람들로 그 조상은 근동, 즉 아시아 서쪽 출신으로 보인다. 이들은 약 1만4000년 전 영국에 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지역의 여러 동굴에서 발견된 흔적들은 고대 인류의 이동과 생활상을 이해하는 데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pixabay>

연구팀은 여성과 남성이 각각 소속됐던 그룹이 유전자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크게 달랐다고 봤다. 켄드릭 동굴은 시신 매장지로 이용된 것으로 보이며, 말의 턱뼈를 장식한 작은 공예품도 발견됐다. 더 오래된 고프 동굴 사람들은 인간의 두개골로 해골 잔을 만드는 등 의식적인 카니발리즘(식인)을 행한 것으로 판명됐다.

조사 관계자는 “뼈의 화학 분석 결과 켄드릭 동굴의 남성은 바다나 강에서 대형 해양 생물을 사냥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프 동굴 여성은 이런 흔적이 없다. 이들은 사슴이나 소, 말 등 주로 육상의 초식동물을 먹었고, 식인도 겸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가던 시기 영국에는 적어도 두 개의 다른 집단이 이주해 왔음을 알 수 있다”며 “불과 1000년 정도 떨어진 시대에 전혀 다른 생활상을 가진 인류가 존재한 것은 구석기시대부터 유럽의 인구 다양성이 시작됐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두 고대 남녀의 뼈가 마지막 빙하기가 끝날 무렵 유럽과 세계로 진출한 초기 인류의 이동과 관련된 새로운 지식들을 더 제공할 것으로 기대했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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