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신만 사진에 안 찍히지…?”

예로부터 거울과 카메라는 공포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도구였다. 친구들끼리 다정하게 찍은 사진 속에 한 명만 쏙 빠져 있다거나, 거울에 비친 내가 섬뜩한 표정으로 노려보는 이야기는 공포영화의 흔한 레퍼토리다.

사람인줄 알았던 주인공이 알고 보니 귀신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대개 거울이 등장한다. 귀신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는 설정은 관객들에게 섬뜩한 공포감을 주는 단골메뉴다.

다만 놀랍게도 산 사람이 사진에 찍히지 않는 기묘한 상황이 중국에서 벌어졌다. 여전히 회자되는 미스터리의 주인공은 중국 허난성 우강시에 사는 예샹팅(엽상정)이라는 남성이다. 올해 71세인 그는 지난 2006년 ‘사진에 찍히지 않는 사내’ 괴담의 주인공으로 유명세를 탔다.

당시 57세였던 예샹팅은 신분증을 바꾸라는 당국의 통보를 받고 파출소를 찾았다. 필요한 서류를 작성한 예샹팅은 신분증에 들어갈 새 사진을 찍기 위해 파출소 귀퉁이 의자에 앉았다.

파출소 직원은 익숙하게 디지털카메라의 각도를 적당히 맞추고 셔터를 눌렀다. 하지만 컴퓨터를 통해 사진을 확인한 결과 예샹팅은 촬영되지 않았다.

<사진=pixabay>

직원은 하얀 벽과 덩그런 의자만 담긴 사진을 보고 짜증이 밀려왔다. 이번엔 뷰파인더를 보면서 예샨팅의 자세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도 사진 속에는 예샹팅이 찍히지 않았다.

오기가 발동한 직원은 앵글을 이리저리 바꿔가며 사진을 찍었다.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소름이 돋은 직원은 예샹팅에게 다가가 옷에 이상한 장치라도 숨겼냐고 물었다. 당연히 예샹팅은 늘 입던 평범한 셔츠를 입고 나왔다고 답했다.

직원은 다른 사람과 예샹팅을 함께 찍어보기로 했다. 이 사람은 일부러 예샹팅과 어깨동무를 하고 옆에 바짝 붙어 팔을 감쌌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샹팅만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파출소에 있던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 하나같이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 사람들은 ‘隐身人(은신인)’이 나타났다고 떠들어댔다. 예샹팅이 귀신이라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졌다. 하지만 정작 예샹팅 본인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사진이 안 찍힌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학자들은 예샹팅이 사진을 찍었던 파출소를 찾아 자료를 수집했다. 어렵사리 파출소장으로부터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한 두 번 있었다”는 답을 얻었다. 이를 근거로 학자들은 과다한 빛의 양이나 카메라 오작동 등에 의한 해프닝이라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심령술사나 초자연현상 연구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예샹팅이 사진을 찍은 곳에 지독한 원한을 품은 귀신들이 득실댄다고 주장했다. 장난을 좋아하는 귀신이 예샹팅 앞을 가렸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14년이 지난 지금도 예샹팅이 왜 사진에 찍히지 않았는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해프닝이 있은 뒤 파출소는 카메라와 사진을 찍는 위치를 바꿨다. 그 뒤로부터는 예샹팅처럼 촬영된 사람이 사진에서 사라지는 기묘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스푸트니크 네이버포스트 바로가기
⇨스푸트니크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