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탄생으로부터 7억 년이 지난 태양 질량의 약 4000만 배 블랙홀이 심우주 관측 장비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특정됐다. 두꺼운 우주 먼지에 숨어 엄청난 빛을 발하는 이 초대질량블랙홀은 뚜렷한 붉은색이 특징이다.

이스라엘 네게브 벤구리온대학교 천문학 연구팀은 최근 관측 보고서를 내고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관측 데이터에서 확인한 붉은 초대질량블랙홀을 소개했다.

연구팀은 지구에서 약 40억 광년 떨어진 ‘에이벨(Abell) 2744’를 조사한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의 자료를 분석하던 중 이 초대질량블랙홀과 마주했다. 최소 4개의 은하단이 연쇄 충돌을 일으켜 만들어진 ‘에이벨 2744’는 은하단의 복잡한 충돌 과정으로 인한 희귀한 현상을 여럿 보여주면서 ‘판도라 은하단’으로 불린다.

붉게 빛나는 초대질량 블랙홀이 초기 우주 공간에서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미 항공우주국(NASA) 공식 홈페이지>

연구팀은 거대한 천체가 주위 공간을 왜곡해 렌즈와 같은 효과를 발휘하는 중력렌즈 현상 덕에 ‘에이벨 2744’ 너머에 가린 머나먼 은하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여기서 붉은빛을 띠는 천체 3개를 확인했는데, 겨우 7억 살의 우주에 숨어 있었다.

조사 관계자는 “콤팩트한 천체 3개는 당초 모두 퀘이사로 생각됐으나 이후 모두 하나의 천체임이 밝혀졌다”며 “퀘이사란 먼 곳에 자리하는 매우 밝은 천체로, 그 정체는 초대질량블랙홀이 가스나 먼지를 빨아들여 방대한 전자파를 내뿜는 활동은하핵의 일종으로 여겨진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발견은 퀘이사가 색깔이나 크기를 감안할 때 별이 형성되는 흔한 은하가 아니라 초대질량 블랙홀임을 알려준다”며 “이 초대질량 블랙홀이 붉게 보이는 이유는 두꺼운 먼지들이 층을 이뤄 빛을 차단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이 포착한 에이벨 2744 은하단. 은하 약 5만 개로 구성된다.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우주의 먼지는 방사되는 빛 중에서 파장이 긴 붉은 빛을 쉽게 통과시킨다. 반대로 짧은 파장의 빛은 흡수해 산란시키는 성질이 있다. 이 경우에는 주변의 천체가 붉은빛을 띠게 된다.

조사 관계자는 “퀘이사의 적색편이 역시 블랙홀이 붉게 보이는 요인 중 하나로 생각된다”며 “적색편이는 천체가 멀어지면서 방출하는 빛의 파장이 늘어나는 현상으로 빛을 더 붉게 보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학계는 이번 발견이 머나먼 우주 공간에 자리한 원시 블랙홀의 존재 가능성을 보여주는 한편,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관측할 방법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올해로 운용 3년차에 접어드는 제임스웹우주망원경을 이용해 보다 먼 우주의 초대질량 블랙홀을 발견할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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