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로부터 두 소녀를 구했던 필리핀의 ‘영웅 개’ 카방이 13년 간의 생을 마감했다. 필리핀은 물론 미국 등 외신들도 이 소식을 전하며 카방의 죽음을 아쉬워했다.
카방을 돌봐오던 안톤 마리 림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카방이 17일 조용히 숨을 거뒀다. 13년간 세상에서 즐겁게 뛰어놀다 잠든 것처럼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전했다.
카방은 지난 2011년 횡단보도를 건너던 소녀 2명을 향해 질주하던 오토바이 앞으로 뛰어들었다. 카방이 막아준 덕에 사고를 당할 뻔했던 소녀 2명은 상처 하나 입지 않았다.
큰 충격과 함께 바닥에 나뒹군 카방은 얼굴에 커다란 부상을 입었다. 곧장 동물병원으로 실려가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워낙 부상이 심했다. 뭣보다 치료비가 만만찮았다. 수술도 한 번에 끝날 상황이 아니었다.
용감한 카방의 사연은 곧장 필리핀 전역에 전해졌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현지인들은 십시일반 치료비를 모았다. 현지 언론들도 카방의 소식을 전하며 모금을 촉구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도 2만7000달러(약 3000만원)가 모였다. 수의사와 동물보호단체 등 숱한 사람들이 카방을 돕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카방은 안면재건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다만 사고로 잃은 코와 아래턱은 끝내 되살리지 못했다.
안톤 씨에 따르면 카방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았지만 밝고 씩씩했다. 자신을 살려준 사람들을 만나 애교도 부리고 교통사고 예방 캠페인에도 참여했다. 얼굴이 절반이나 날아갔음에도 꿋꿋하게 사는 카방을 보고 삶의 의욕을 얻었다는 사람도 적잖았다.
카방의 죽음에 많은 사람들은 진정한 친구를 잃었다며 애도했다. 화장된 카방은 후원자들이 필리핀 남부 항구도시 잠보앙가에 미리 마련해준 알루미늄 기념상 아래 편히 묻혔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