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장수 척추동물로 꼽히는 그린란드상어(Greenland shark, 학명 Somniosus microcephalus)는 독특한 근육 대사 덕에 오래 생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심해어인 그린란드상어의 평균 수명은 300살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린란드상어의 생태는 기사 하단 동영상 참조
영국 맨체스터대학교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이달 초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실험생물학 콘퍼런스 'Society for Experimental Biology(SEB)'에서 발표했다.
그린란드상어는 북대서양 또는 북극해의 차가운 바다 약 600m 깊이에 사는 심해어다. 성체의 몸길이는 7m 이상, 몸무게는 약 2t으로 상어 중에서도 거대하다. 2016년 연구에서는 이 상어가 무려 500년 넘게 살 가능성이 제기돼 학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린란드상어의 생태를 조사한 연구팀은 경이로운 장수 비결이 근육의 대사 활동과 관련됐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를 주도한 맨체스터대 박사과정 이완 캠플리슨은 "그간 학자들은 한랭한 환경과 몸을 거의 움직이지 않는 생태를 그린란드상어의 장수 비결로 생각했다"며 "우리 조사에서는 보다 자세한 요인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이어 "대부분의 생명체는 나이가 들면 대사 불균형이 생긴다. 이는 인간도 마찬가지"라며 "그린란드상어의 근육 샘플을 분광광도계(빛의 양을 전기에너지로 변환하는 측광 장비)로 들여다본 결과, 거기 포함된 효소가 나이와 온도의 차이에 따라 뚜렷한 영향을 받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린란드상어의 신진대사량은 나이에 따라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즉 이 상어는 나이가 들어도 대사량의 변화가 거의 없다. 연구팀은 이점이 그린란드상어의 놀라운 장수 비결이라는 입장이다.
이완 캠플리슨은 "많은 동물은 노화에 따라 대사효소의 활성에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데, 그린란드상어는 전혀 다른 메커니즘을 가졌다"며 "우리 조사에서는 해수온이 올라가면 이 상어의 대사가 크게 활발해진다는 사실도 판명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자들은 그린란드상어의 대사 시스템이 혹한에 맞게 진화했고, 수온이 낮을수록 대사가 활발하다고 여겨왔다"며 "이와 정반대 결과를 보여주는 이번 연구는 그린란드상어의 생태를 이해하는 귀중한 정보"라고 강조했다.
그린란드상어는 대사 활동이 느리기로 유명하다. 헤엄치는 속도도 시속 약 1㎞로 상어뿐만 아니라 대형 어류 중에서도 꼴찌 수준이다. 그간의 연구에서 이 상어의 암컷은 150살이 되기까지 성적으로 성숙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됐고, 이런 이유로 인간이 야기하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워 개체가 줄어드는 것으로 추측됐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