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의 키가 1m 남짓한 플로레스인(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화석이 새로 발굴됐다. 플로레스인의 키가 학자들 생각보다 더 작았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본 도쿄대학교 종합연구박물관 연구팀은 7일 조사 보고서를 내고 플로레스인의 뼈 화석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플로레스인은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시리즈로 친숙한 호빗의 실제 모델이다.
연구팀은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의 약 70만 년 전 지층에서 성인 플로레스인의 위팔뼈(상완골) 및 치아 화석을 발견했다. 조사를 이끈 진화인류학자 카이후 요스케(54) 연구원은 "약 5만 년 전까지 플로레스 섬에 산 것으로 생각되는 플로레스인의 화석은 아주 귀중하다"며 "분석을 통해 이 고대인의 덩치는 생각보다 작았음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소형 인간속 플로레스인은 현대인에 비해 아이처럼 작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플로레스인의 키가 지금껏 알려진 것보다 못해도 6㎝는 작다고 결론 내렸다.
카이후 연구원은 "화석들은 당초 아이의 것으로 생각됐으나 현미경 조사에서 어른 뼈임을 시사하는 흔적이 확인됐다"며 "이번 연구는 플로레스인이 고립된 섬의 환경에 맞춰 진화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이어 "플로레스인은 몸집이 작은 것을 제외하면 자바 원인(호모 에렉투스 에렉투스)과 여러모로 비슷하다"며 "현대인만큼 키가 컸던 자바 원은은 아마 100만 년 전 플로레스 섬에 정착했고 약 30만 년에 걸쳐 키가 계속 작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플로레스 섬에 정착한 자바 원인이 소인화한 것에 대해 카이후 연구원은 "고립된 섬에서 흔히 나타나는 자연 선택의 결과일지도 모른다"며 "고대 플로레스 섬에 사자나 호랑이 같은 위험한 육식동물이 없었다면 사람 덩치가 클 필요는 없다"고 추측했다.
실제로 생존에 있어 큰 몸집이 반드시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적과 싸워 이길 가능성은 있지만 몸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먹어야 하고 성장이나 번식도 시간이 걸린다. 연구팀 생각대로 플로레스 섬에 위험한 포식자가 없었다면 자바 원인이 정착 과정에서 소인화했을 수 있다.
카이후 연구원은 "플로레스 섬의 생태 조사 결과를 보면, 악어나 코모도왕도마뱀 같은 육식동물은 예전부터 존재했다"며 "그럼에도 사람이 소형화했다는 것은 이런 대형 파충류가 그다지 위험한 상대가 아니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