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앙투아네트의 숨겨진 방이 일반에 다시 공개된다.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1793년 10월 16일 프랑스 공화국 파리 혁명 광장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는데, 극심한 공포심에 머리가 빠르게 셌다는 등 미스터리한 이야기로 유명하다.

프랑스 관광부와 국립가구원은 13일 공식 채널을 통해 마리 앙투아네트의 자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베르사유 궁전의 숨겨진 방들을 일반에 공개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복원 작업을 거친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밀 공간은 개인실과 도서실, 다실, 당구장 등으로 구성된다. 베르사유 궁전의 안뜰이 내려다보이는 2개 층에 들어선 비밀 공간들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주도자들이 궁으로 몰려왔을 때 마리 앙투아네트가 은신한 곳이다.

화려한 장식이 눈에 띄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밀 공간. 프랑스 대혁명이 터지자 왕비가 가장 먼저 숨은 곳이다. <사진=베르사유 궁전 공식 홈페이지>

오스트리아 태생인 마리 앙투아네트는 14세 때 프랑스 루이 16세와 결혼하기 위해 프랑스에 왔다. 1774년 정식 왕비가 되자 궁정 관리인들은 새 안주인을 위해 개인실 장식과 가구 비치를 시작했다. 이 작업은 무려 1788년까지 계속됐다.

프랑스 역사학자들은 기록이 별로 없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밀 공간을 재현하기 위해 10년 넘게 조사를 벌였다. 최대한 고증해 완성된 마리 앙투아네트의 개인실은 금박과 실크 등 값비싼 물건들로 화려하게 장식됐다. 

복원 관계자는 "비밀의 공간은 왕비가 딱딱한 궁정 생활에서 벗어나 가까운 시녀들과 수다를 떨거나 아이들, 친구들과 지낸 공간"이라며 "대혁명 당시 봉기한 시민들은 왕비가 낭비벽이 심했다고 주장했는데, 개인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고 전했다.

5년 만에 다시 공개되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밀 공간. 완벽한 복원을 위해 2013년부터 많은 역사·고고학자들이 고증에 매달렸다. <사진=베르사유 궁전 공식 홈페이지>

이 관계자는 "비밀의 공간에는 소수의 친구나 아주 친한 측근만 들어갈 수 있었을 것"이라며 "기껏해야 10명 정도 들어갈 정도로 넓지 않지만 보안이 철저해 마음 놓고 지낸 장소였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정부가 마리 앙투아네트의 비밀 공간을 막대한 예산과 노력을 들여 복원한 이유는 왕비의 스타성이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군주제의 마지막 영광을 상징하며, 비극의 여왕으로 널리 사랑받는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1789년 10월 6일 새벽 성난 군중이 몰려들자 루이 16세, 아이들과 궁전을 떠나 다시는 베르사유 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국왕 부부는 1791년 도주를 시도하다 체포됐고 혁명을 무마하려 외세와 음모를 꾸몄다는 이유로 투옥됐다.

커스틴 던스트가 출연한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일생은 많은 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사진=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스틸>

1793년 1월, 그리고 같은 해 10월 왕과 왕비가 각각 단두대에 보내져 처형됐다. 이 과정이 어지간한 드라마보다 흥미진진해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화는 책과 뮤지컬, 연극,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재조명됐다.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는 처형되기 전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로 머리가 하얗게 변했다는 설로 유명하다. 이 이야기는 양 무제의 명령으로 천자문을 만든 주흥사의 머리가 그만 백발이 되고 말았다는 일화와 함께 널리 회자된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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