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고래 어미는 성체가 된 수컷 새끼를 위해 직접 사냥을 할 정도로 편애가 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부분의 야생 동물이 새끼의 성별 구분 없이 혹독한 자립 훈련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영국 엑서터대학교 동물 행동학자 마이클 바이스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달 중순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소개된 논문에서 범고래 어미가 아들에게만 과도한 애정을 쏟는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돌고래 어미가 평생 아들을 감싸고도는 습성을 조사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주 및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앞바다에 서식하는 범고래 73마리를 1976년 이래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범고래 어미가 이미 성체가 된 아들을 위해 계속 사냥하는 기묘한 습성을 알아냈다. 이는 한 어미가 아닌 무리 전체에서 두드러지는 범고래 사회의 시스템으로 확인됐다.

범고래 어미가 유독 수컷 새끼를 편애하는 것은 번식 및 진화적 이득을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사진=pixabay>

마이클 바이스는 “범고래는 모계 사회이기 때문에 새끼들은 원래 어미와 같은 무리에서 평생을 보낸다”면서도 “수컷 새끼는 특히 어미와 강한 사회적 유대감을 유지하며, 어미를 어지간해서는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어미들은 다 큰 수컷 새끼를 위해 대신 사냥하면서도, 암컷 새끼는 6~10세가 되면 먹이 공급을 딱 끊었다. 연구팀은 범고래 어미가 진화의 효율을 따져 아들을 과보호하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마이클 바이스는 “범고래 수컷은 암컷보다 몸집이 커 더 많은 먹이가 필요하지만, 기동성이 떨어져 사냥에 불리하다”며 “어미 관점에서는 이것이 수컷 새끼를 우선 도와야 하는 정당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암컷 새끼가 번식해 새끼를 낳으면 무리 구성원이 늘어 먹이 경합이 심해질 수 있다”며 “수컷의 경우 새끼를 낳으면 다른 무리로 떠나가기 때문에 어미 입장에서는 아들을 편애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고래들은 무리를 형성하고 일종의 사회 시스템을 만들어 생활한다. <사진=pixabay>

연구팀은 범고래 어미의 이런 습성이 결국 자신에게는 불이익이라고 생각했다. 어미가 성체가 된 수컷 새끼를 계속 돌보는 과정에서 종족 번식을 위해 다른 새끼를 낳을 확률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추적 조사에서 21살이 된 암컷 범고래가 현재 돌보는 수컷 새끼가 없다면 새로운 새끼를 낳을 확률은 20%였다. 그런데 이 암컷에게 업어 키우는 수컷 새끼가 있다면 그 확률은 절반인 10%로 떨어졌다.

마이클 바이스는 “평생 정성껏 키운 아들이 번식에 성공하면, 어미로서는 그간의 고생을 잊어버리기 충분한 보상일지도 모른다”며 “즉 어미 범고래는 종족의 번식과 진화라는 대의적 측면에서 자신을 희생한다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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