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사람의 겉모습을 기억하고 구분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물고기는 머리가 나쁘다고 여겨지지만 일부 종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는 등 뛰어난 인지능력을 가졌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연구팀은 19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물고기가 사람의 외형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식별한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지중해 연구 시설의 잠수부가 바다에 들어가면 특정 물고기가 먹이를 얻어먹기 위해 졸졸 따라다니는 데 주목했다. 물고기들은 이전에 먹이를 준 적이 있는 잠수부들만 뒤따랐고 다른 이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지금까지 물고기가 인간의 얼굴 등 외형을 인식하는 능력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되지 않았다. 물총고기가 화면 속 사람 얼굴을 판별한다는 조사 결과가 보고됐을 뿐이다. 이에 연구팀은 연구 시설의 물고기들을 상대로 실험에 나섰다.

물고기도 학습을 통해 대상의 외형을 기억하고 인식한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사진=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 공식 홈페이지>

잠수부들은 물고기의 주의를 끌기 위해 붉은색 웨트슈트를 입고 50m 정도 헤엄쳐 다니며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줬다. 물고기가 익숙해지면 검은색 일반 잠수복으로 갈아입고 먹이를 주는 횟수도 서서히 줄였다. 마지막에는 50m 내내 따라온 물고기에게만 먹이를 줬다.

이 실험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물고기는 벵에돔 등 도미과 2종 약 20마리였다. 이 물고기들은 특정 잠수부를 따라가면 먹이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학습한 듯했다.

다음 실험에서 잠수부 2명이 동시에 바다에 들어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수영했다. 물고기가 알기 쉽도록 두 사람은 색이 정반대인 잠수복을 입었고, 50m 수영한 시점에서 한쪽 잠수부만 먹이를 줬다.

물고기는 인류의 중요한 식량으로 인식되지만 인간이 모르는 고도의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하나씩 밝혀지고 있다. <사진=pixabay>

물고기들은 처음에는 어느 쪽을 따라가야 할지 망설였다. 다만 실험을 반복하는 사이에 먹이를 주는 다이버만 따라갔다. 연구팀은 물고기들이 양쪽 잠수부를 각각 의식해 최종적으로 먹이를 주는 인간을 학습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 관계자는 “만약 잠수부 2명이 똑같은 잠수복을 입으면 물고기는 양자를 구별할 수 없었다”며 “이는 물고기가 인간의 얼굴은 물론 잠수복의 색상까지 구별하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잠수하면 시야가 왜곡되기 때문에 인간 잠수부는 잠수복이나 핀의 특징 등으로 서로를 알아본다”며 “물고기들도 수중에서 보기 쉬운 특징에 주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험에 참여한 잠수부들은 물고기들이 얼굴에 가까이 다가와 차분히 관찰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마치 인간이 아닌 물고기가 연구자인 착각이 들 정도였다는 경험담도 나왔다.

조사 관계자는 “애초에 물고기들은 광활한 수중 생태계를 살아가면서 다양한 생물들을 만나게 된다. 외모로 인간을 구별하는 것은 의외가 아니다”며 “물고기를 비롯해 동물들의 능력을 인간은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자연을 관찰할 뿐만 아니라 자연도 인간을 들여다본다는 사실은 흥미롭다”며 “이번 실험 결과는 다양한 동물들의 종을 초월한 특별한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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