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충돌이 지구 대륙 형성을 촉진하는 원동력이 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구 표면은 현무암으로 만들어진 해양지각과 두꺼운 화강암으로 된 대륙지각으로 나뉜다. 이처럼 지각이 화학 조성이 다른 암석으로 분리되는 현상은 다른 행성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다.
지구 대륙지각 형성은 행성과학뿐 아니라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비바람과 하천에 의한 대륙 풍화로 해양으로 흘러드는 영양분이 증가, 생명의 진화를 도왔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대륙지각의 형성 과정은 학계의 오랜 수수께끼다. 유력한 학설은 캄브리아기 이전 지구 지질시대인 태고대에 화학조성이 다른 물질이 분리되는 분화작용에 의해 형성됐다는 것이지만 이 역시 검증되지는 않았다.
호주 커틴대학교 지질학 교수 크리스토퍼 커클랜드가 이끄는 연구팀은 그린란드 남서부 북대서양 강괴(North Atlantic Craton) 및 호주 서부 필바라 강괴(Pilbara Craton)에서 샘플 수백 개를 채집·분석한 결과 이 학설이 틀렸다고 결론 내렸다. 강괴란 캄브리아기 이후 심한 지각변동을 받지 않은 안정된 대륙지각을 뜻한다.
연구팀의 분석 대상은 풍화에 강해 어지간하면 변형되지 않는 지르콘이다. 물리적으로나 화학적으로 안정적인 광물로 수십억 년 동안 보존 상태가 양호해 지질학자 사이에서는 타임캡슐로 통한다.
커클랜드 교수는 “지르콘에 포함된 원소 하프늄(Hf)을 방사성 연대측정법을 통해 분석하면 지르콘이 굳어진 연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즉 지르콘을 조사하면 이 광물이 포함된 암석들이 언제 굳어졌는지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암석 샘플을 시계열 순으로 나열한 뒤 산소 동위체 비율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관찰했다”며 “그 결과 1억7000만~2억년 주기로 동위체 비율이 변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덧붙였다.
동위체란 원소 종류를 결정하는 양성자 수는 같지만 중성자 수가 다른 원자핵이다. 하프늄에 의한 방사성 연대측정법에서는 원자핵이 붕괴하는 방사성 동위체를 썼지만 산소 동위체 비율 분석에서는 붕괴하지 않는 안정 동위체를 이용했다.
연구팀은 동위체 비율이 변하는 주기와 잘 들어맞는 것이 지구를 포함한 태양계 이동이라는 데 주목했다. 태양계는 우리은하 안에서 파도를 그리듯 공전하는데, 이 진동 주기와 이번에 발견된 동위체 비율의 변화가 거의 일치했다.
커클랜드 교수는 “항성이 고밀도로 모인 은하 원반을 태양계가 통과할 때 다른 항성 역시 태양계 근처를 가로지를 가능성이 커진다”며 “혜성의 둥지라고 불리는 오르트 구름의 혜성들이 지구에 접근하면서 충돌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혜성이 지구 표면에 충돌하면 지각을 부수고 균열을 형성하며 맨틀까지 충격이 전파되는데, 충돌한 지점 아래쪽에서는 지구 깊은 곳에서 물질이 지각으로 공급된다”며 “금이 간 지각에는 물이 채워져 암석 융점을 낮춘다. 두 가지 작용에 의해 화강암 덩어리가 형성되고 나중에 대륙 지각의 핵이 됐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연구팀이 이런 결론에 다다른 이유는 동위체 비율 변화에 있다. 무거운 동위체는 가벼운 동위체에 비해 가라앉기 쉬우므로 지구 깊숙이 갈수록 무거운 동위체 비율이 높아진다. 거꾸로 생각하면 다른 시대보다 무거운 동위체를 포함한 샘플은 지구 깊은 곳에서 떠오른 것들이라는 의미다.
또한 연구팀은 무거운 동위체 비율이 특히 낮은 시기, 즉 지구 내부로부터 물질 공급이 적었던 때는 태양계가 페르세우스 팔(Perseus Arm, 태양에 가까운 3개의 팔 중 가장 바깥쪽)을 탈출한 후 노르마 팔(Norma Arm)로 진입하던 기간과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은하 팔은 다른 곳과 비교해 항성 밀도가 높아 팔에서 나오는 시대에 혜성의 충돌이 적다는 것도 입증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 입장이다.
커클랜드 교수는 지구 역사상 천체 충돌이 집중되는 시기가 여럿 있었고 그 주기가 일정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지만 이것이 대륙 지각 형성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밝혀진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대륙지각을 형성하는 핵심적인 작용은 지구 내부에서 완결됐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우주로부터 날아온 물질과 지구의 충돌이 대륙지각 형성을 촉진했다는 것은 아주 흥미로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