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가 인간을 상어로부터 지켜준다는 사실에 관심이 쏠렸다. 오징어 먹물에 상어의 후각을 떨어뜨리는 물질이 포함된 사실이 최근 연구에서 확인됐다.
아일랜드 더블린대학교 환경학자 콜린 로리스 박사 연구팀은 18일 이런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백상아리 등 상어의 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후각수용체의 3차원 모델을 구축해 왔다.
상어의 후각을 교란하는 물질을 조사하던 연구팀은 갑오징어 먹물에 주목했다. 상어는 매우 날카로운 후각을 가졌지만 이 뛰어난 감각이 망가지면 역으로 큰 혼란을 겪는데, 갑오징어 먹물에 이런 성분이 든 사실을 최근 알아냈다.

콜린 로리스 박사는 “갑오징어 먹물에 든 멜라닌이 상어의 후각수용체에 부착돼 냄새를 감지할 수 없게 만든다”며 “상어는 여러 가지 종이 존재하지만 후각수용체는 기본적으로 같기 때문에 갑오징어 먹물의 이런 효과는 어느 종이나 비슷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어 “이번 연구의 성과를 활용해 해수욕장이나 양식장, 어장 등에 오징어 먹물을 사용하면 뜻밖의 상어 물림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징어 먹물 속 멜라닌은 천연 성분인 관계로 상어의 후각을 잠시 둔하게 할 뿐 어떤 해도 주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오징어 먹물을 적극 활용해 상어 물림사고를 줄일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콜린 로리스 박사는 “상어는 청각, 시각, 후각 등 매우 뛰어난 감각을 가진 해양생태계 최정점의 포식자”라며 “상어의 습격을 받아 해수욕객이 사망하는 안타까운 뉴스가 계속되는데, 오징어 먹물이 물림사고를 상당수 줄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이 상어에게 습격당하는 사고는 매년 발생한다. 2024년은 그나마 전체 47건(미국이 28건)으로 지난 10년 평균(70건)의 약 절반이었지만 서퍼나 해수욕객, 어업 종사자들에게 상어는 여전히 두려운 존재다.
해수욕장에는 상어의 침입을 막기 위한 어망이 설치된다. 다만 이걸로 상어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지 못하며 가오리나 바다거북, 돌고래, 고래 등이 걸리는 사고도 빈발하는 실정이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