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른 환경변화를 막기 위해 인공 고래 똥을 만드는 기상천외한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학계는 생물이 가진 다양한 기술을 모방하는 바이오미메틱스(biomimetics)를 기후변화 분야까지 확장한 시도라고 주목했다.

영국 정부 과학고문 출신 케임브리지대학교 기후센터장 데이비드 킹 박사는 1일 공식 채널을 통해 고래의 똥 특유의 기능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는 국제 프로젝트의 막이 올랐다고 소개했다.

케임브리지대학교와 영국 국립해양학센터, 하와이대학교, 케이프타운대학교, 우즈홀해양연구소, 인도해양연구소가 참가한 이 프로젝트는 고래 똥이 바다 생태계 유지의 밑거름이라는 사실에서 착안했다.

고래의 똥에는 수많은 물고기의 주식 플랑크톤에 필요한 영양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 야생 고래는 똥을 싸 바다에 영양분을 공급하고 물고기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까지 키워주는 고마운 동물이다.

고래의 똥에는 플랑크톤에 필요한 영양소가 다량 함유돼 있다. <사진=pixabay>

프로젝트의 핵심은 진짜와 성분이 같은 인공 고래 똥을 바다에 투입, 지구온난화로 위기를 맞은 해양 생물의 다양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증가한 플랑크톤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서 연간 수십억 t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것으로 관계자들은 기대했다.

인공 고래 똥의 구체적인 재료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현 시점에서는 철분이 풍부한 모래와 화산재가 검토되고 있다. 참가 대학들은 질산염과 규소, 인산염, 철을 진짜 고래 똥처럼 적절하게 배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완성된 인공 똥은 공장에서 폐기되는 왕겨와 잘 섞는다. 가벼운 왕겨가 고래 똥 덩어리들을 수면에 띄우고, 먼 바다까지 보내준다는 계산이다.

데이비드 킹 박사는 “고래 똥이라는 해양 바이오매스(동물이나 식물로부터 얻는 재생 가능한 유기성 자원)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양 투기를 규제한 런던협약 때문에 극히 소규모의 실험을 3주만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양생태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식물성 플랑크톤 <사진=pixabay>

이어 “인류는 매년 400억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며 “대기 중 온실가스를 어떤 식으로든 대폭 감축하지 못하면 기온상승이 위험한 지경까지 이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바이오미메틱스를 적극 활용한 점에서 주목된다. 데이비드 킹 박사는 이런 노력을 햇빛을 차단해 기후를 바꾸는 지구공학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바다에 해가 없는 한, 이러한 실험을 가급적 자주, 대규모로 실시해 효과적인 대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실험 결과 인공 고래 똥을 이용해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어획량을 늘리고 싶은 연안이나 도서지역 사람들이 비용을 부담하는 경제모델도 고려할 수 있다”며 “고래 똥을 모방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추가 아이디어도 연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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