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가 어린 영장류의 고통스러운 울음에 반응한다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학계는 이것이 포식의 신호인지, 아니면 모성 반응인지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프랑스 리옹대학교가 포함된 국제 연구팀은 최근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서 악어가 영장류 새끼의 울음소리를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악어가 직접적 포식 대상이 아닌 영장류 새끼의 울음소리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실험했다. 모로코 악어공원(Croco Parc)에서 사육되는 나일악어 300마리에 사람과 침팬지, 보노보(피그미침팬지)의 아기 및 새끼 울음소리를 들려준 결과, 악어들은 대체로 이를 인식하고 강하게 반응했다.

조사 관계자는 "어린 영장류는 모두 나일악어가 먹이활동을 하는 일반적 대상이 아니다"며 "악어들이 영장류 새끼의 울음소리를 알아듣고 뚜렷하게 반응하는 것은 의외"라고 전했다.

악어는 어린 영장류의 울음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pixabay>

이 관계자는 "이번 실험 결과가 악어들의 사냥 본능을 보여주는지, 아니면 회피 행동 또는 호기심인지 확실하지 않다"며 "고통스러운 영장류 새끼의 울음소리에 반응했다는 점에서 일부 동물에게 나타나는 종을 초월한 모성본능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틀어준 소리는 목욕을 하거나 병원에서 주사를 맞는 아이가 내지르는 울음소리, 침팬지와 보노보의 새끼가 어미의 주의를 끌기 위한 울음으로 구성됐다.

조사 관계자는 "악어는 인간이나 침팬지, 보노보와 서식권이 달라 상대방이 물가로 접근하지 않는 한 덮치지 않는다"며 "고통의 정도가 큰 울음소리에 더 강하게 반응한 것은 악어가 흥분할 만한 특정 소리나 주파수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악어가 아기나 침팬지 새끼의 울음소리를 알아듣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진=pixabay>

연구팀에 따르면 악어들은 주파수가 높고 에너지가 강하며 음파가 불규칙한 울음소리에 더 자극을 받았다. 뭔가 다급한 도움을 호소하며 호흡이 흐트러질 정도로 울부짖는 소리에 악어들은 민감하게 굴었다.

울음소리를 들은 일부 악어가 물속을 헤엄친 점에서 먹이활동 또는 경계태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한편에서는 울음에 반응해 즉각 움직였다는 것은 포식이나 경계가 아닌 구원의 몸짓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조사 관계자는 "악어는 아기 울음소리를 통해 고통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며 "악어가 영장류 새끼의 울음에 반응하는 동기를 알게 된다면, 암사자가 무리에서 떨어진 누 새끼를 어미에 데려다주는 등 동물들의 희한한 반응이 규명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윤서 기자 lys@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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