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건축가로 알려진 비버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공헌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비버는 하천에 댐을 만드는 동물로 유명한데, 이 댐이 조성하는 천연 습지에 다양한 생물이 모여 번식하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은 비버의 필요성에 주목해 왔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9일 공식 채널을 통해 비버의 활동을 인공위성으로 장기간 살펴본 결과, 기후변화의 구세주라고 해도 좋을 만큼 많은 공을 세웠다고 전했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각각 운용하는 '랜드샛' 및 '센티넬' 위성의 관측 데이터를 미국 유타와 캘리포니아, 아이다호 주의 대학들과 공유해 왔다. 원래 이 활동의 목적은 기후변화로 인해 벌어지는 가뭄과 홍수, 산불 감시였는데, 비버의 서식지가 복원된 지역은 이들이 만드는 댐 덕분에 나무와 초목이 다시 자라 온난화 피해가 완화된 것이 확인됐다.

비버는 1600년대 북미에 아주 많은 개체가 존재했으나 현재 많이 줄어들었다. <사진=pixabay>

NASA 관계자는 "비버가 지구 온난화를 막는 구세주인 이유는 이들이 아주 튼튼하고 거대한 댐을 열심히 만들기 때문"이라며 "비버는 곰이나 늑대 같은 위험한 포식자로부터 스스로 보호하기 위해 튼튼한 이빨로 나무를 깎고 돌과 진흙을 모아 강을 막아낸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버들이 만드는 이 댐들은 든든한 방어막일 뿐만 아니라 습지를 만들고 생물 다양성을 향상시키며 주변에 초목도 자라게 한다"며 "이것이 최근 온난화로 인해 증가하는 산불의 위험을 낮추고 가뭄이나 홍수의 피해를 완화한다"고 덧붙였다.

비버는 1800년대 후반까지 북미 전역의 호수와 강에 서식했다. 하지만 모피를 노린 남획으로 1600년대 4억 마리에 이르던 비버는 현재 1000만~1500만 마리까지 줄었다. 캘리포니아와 아이다호, 유타주는 줄어든 비버를 어떻게든 늘리기 위해 노력해 왔다.

비버가 재도입된 지역(가운데 왼쪽)과 비버가 없는 지역의 하천 및 삼림 위성사진 <사진=NASA 공식 홈페이지>

원래 비버가 만드는 댐은 인간의 용수 공급을 방해하는 것으로 생각됐다. 다만 인공위성이 광범위한 지역을 오래 관측한 결과, 비버의 댐은 오히려 황폐한 자연을 되살리고 생물 다양성을 회복하는 특효약일 가능성이 떠올랐다.

NASA 관계자는 "최근 분석한 위성 관측 데이터는 비버가 재도입된 지역에서 식물이 무성하게 자란다는 것을 보여줬다"며 "아이다호 프레스톤 근교의 개천은 목장주의 협력으로 비버가 되돌아오고 200개 넘는 댐이 만들어지자 하천에 물이 흐르는 일수가 연중 40일 늘었다"고 말했다.

NASA와 협력해 비버의 서식지 회복을 추진하는 유타주립대학교 관계자는 "비버의 남획이 시작되기 전, 서부 곳곳에 비버 댐이 있었다"며 "지금 우리가 시도하는 것은 비버 댐의 수를 과거 수준으로 돌리는 것이며, 그렇게 되면 하천이 회복되고 가뭄도 줄어들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이안 기자 anglee@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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